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이 나라종금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학맥과 지연으로 연결된 로비 리스트가 정가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염씨는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과 같은 중동고 출신이고, 5,000만원을 채무변제금 명목으로 받은 김희완씨도 중동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2억원을 받은 안씨는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 효근씨와 같은 고려대 출신으로, 학창 시절부터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사이로 밝혀졌다.정치권과 업계에선 "로비가 김 전 회장과 나라종금 전 사장인 안모씨의 인맥을 통해 이뤄졌고, 나라종금 퇴출 및 구제과정에 특정 학교·지역 출신 의원들이 뒤를 봐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전 회장이 전남 보성 출신으로 S종금사 전무를 지낸 안씨를 사장에 전격 발탁한 것부터가 정치권과 법조계에 마당발인 그를 로비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많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본인들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H, O, S, J, K, P씨 등 전·현직 여야 의원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중 P씨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김 전 회장과 같은 중동고 출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지난해 12월 "김 전 회장의 비자금 230억원 중 민주당 고위간부 H씨에 15억원, 또 다른 간부에 1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사자들은 이 같은 소문에 펄쩍 뛰고 있다. H씨측은 "김 전 회장은 고교 선후배 중 친하게 지내는 그룹도 아니었다"고 일축했고, S씨 등도 "김 전 회장과 전혀 일면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씨가 당시 한 번에 수십억원씩 갖고 다니며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여권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 2∼3명도 연루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7일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비자금 규모가 230억원이라든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면 많이 걸리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나라종금 영업재개 및 퇴출 저지 과정에서 정치권이 구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의 불똥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번질 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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