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무슨, 나중에 술이나 한잔 하자."부산상고 총동창회장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신상우(辛相佑·67) 전 국회부의장은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부터 쳤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근황을 묻자 "가만히 엎드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측근은 "어른이 뭔가 미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중동(靜中動)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을 아끼는 것도 이 미션과 관련있는 듯 했다.
주변에서는 그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인사를 물색, 직·간접적으로 접촉중이라고 귀띔한다. 그중에는 한나라당 인사도 있다고 한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그는 "그런 일 없다"고 말했으나 서울과 부산을 수시로 오가는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당적 없이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을 맡고 있는 그가 내년 총선 때 부산·경남에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조직 재건을 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부산 지역의 몇몇 지구당위원장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들로서 노 대통령의 부산 인맥인 정윤재(40)씨와 최인호(37)씨 등이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대선때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조성래 변호사와 함께 부산의 '노무현 사단'을 묶어 영남 공략의 거점을 마련하는 현장지휘관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것 같다. 특히 부산 사상은, 그가 YS 가신그룹의 1세대로 7선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2000년 4·13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팽' 당하고 민국당을 창당, 권토중래를 노렸다가 고배를 마신 곳이어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노 대통령이 "친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각별하다.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30)씨 결혼식 때는 주례도 섰다. 두 사람은 13대 국회시절 통일민주당 소속이었으나, 90년 3당 합당 때 신 전 부의장은 YS를 따라갔지만 노 대통령은 "3당 합당을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치 코드가 달랐던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 고리는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점이다. 신 전 부의장은 43회고 노 대통령은 53회다.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를 놓고 갈림길에 섰던 3만여 부산상고 졸업생을 단결시켜 대선 승리의 견인차로 만들어낸 데는 지난해 4월 총동창회장에 취임한 그의 공이 컸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일단 머리를 비우고 5월부터나 마음 먹은 것을 해야겠다"며 본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가 어떤 모양새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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