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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한국경제 위기인가](2)신음하는 지방경제

입력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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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때깔이 고우면 뭣허요. 사는 건 맨 동지 섣달인디…."불황의 골은 어디나 깊었다. 저자에 사람은 없고 물건만 쌓였고, 쌓이는 재고만큼 한숨만 늘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서울은 그래도 나을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서민들은 뼈 아린 소외감까지 감당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A9면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방송에서 불경기라고 한번 나오면 매상 타격이 일주일씩 간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거 뉴스도 아니니 이제 그만 떠들라"고 사정했다. 그나마 나은 가게가 지난 해 이맘때의 70%, 심한 곳은 절반 장사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공단을 끼고 '기름때 벗겨 먹고 산다'는 한 월식 전문식당 주인은 외상 장부를 펼쳐 보였다. "공장 사정 뻔히 아는데 해 넘긴 단골한테 얼굴 붉힐 수도 없고…." 외상 식대는 식재료 외상으로 이어질 터. 외상의 사슬은 먹이 피라미드의 맨 저층 서민들의 삶부터 갉아대고 있었다.

시래기죽을 끓여도 참고서 값은 안 아낀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를 가장 늦게 탄다는 대학가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 충남대 후문을 나서자마자 시작되는 궁동 쇼핑가의 한 상인은 "새학기 들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IMF 때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궁기(窮氣)를 모르는 학생들도 3,000원짜리 '외식' 대신 1,000원짜리 교내식당을 찾는 탓이다. 충남 서천이 고향이라는, 한 자취생은 "'향토장학금'도 줄었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더 어렵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서구의 한 사립대에서 만난 취업재수생은 "졸업에 맞춰 전쟁에다 북핵, 금융위기까지 '3재(災)'를 만나도록 태어난 게 실수"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코닝, 삼성SDI 등 초일류 기업의 국내 최대 생산기지를 끼고 앉은, 그래서 수도권에서도 '등따신 동네'라는 수원 영통지구도 불황의 그늘을 비껴서지 못한 듯했다.

한 카센터 주인은 "오일 바꾸러 와서 더러 두어 군데 손보던 게 '공식'인데 요즘은 딱 오일만 갈고 간다"며 허탈해 했다. 유흥가 대로변에 대기중이던 택시기사도 "손님은 고사하고 사람도 구경하기 어려운 판"이라며 "30년 경력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경제관료와 전문가들의 위기공방을 '전문적인 헛소리'라고 했다. 그들은 '제2의 IMF'를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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