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술이다. SBS가 시청률 45%를 넘나들며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올인'의 후속작으로 16부작 미니시리즈 '술의 나라'를 9일 첫 방송한다.'술의 나라'는 대를 이어 전통주 개발에 일생을 건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 드라마다. 최근 전통주 시장이 급성장세를 타면서 청춘 스타를 내세운 전통주 CF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전통주 하면 후덕한 인상의 촌 아주머니나 덥수룩한 수염의 어르신이 떠오른다. 가업을 잇는다는 설정이지만, 기껏해야 칵테일이나 양주를 홀짝 거릴 법한 20대 초반 청춘 스타들이 깊고 은근한 전통주의 세계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궁금하다.
이처럼 버거운 숙제를 안은 주인공 커플은 '살인미소'란 별명까지 얻은, 웃음 하나로 벼락스타가 된 김재원(22)과 소녀 티를 갓 벗은 아역 탤런트 출신의 김민정(21). 지난해 SBS '라이벌'에서 각각 순정파 양아치와 악녀로 나온 두 사람은 6개월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서준은 대를 이어 전통주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만만한 젊은이. 소꿉동무인 이선희와 사랑을 키워가지만 아버지가 동업자인 선희 아버지를 배신하면서 꿈이 깨지고 만다. 김재원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주연이지만 아직은 '꽃미남과'에 속한다. 지난달 경기 양평에서 3m 높이의 대형 술독을 깨부수는 장면을 찍다가 손을 다치기도 한 그는 "이번에는 꼭 연기로 인정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민정은 아역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연기 경력 13년의 베테랑. 하지만 미니시리즈 주연은 처음이다. 그가 맡은 이선희 역은 해맑은 소녀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복수심에 불타는 여인으로 변신하는 굴곡이 심한 캐릭터라 부담이 더욱 크다. 그는 "욕심만큼 연기가 안돼 1,2회 촬영을 끝내고 엉엉 울었다"고 말할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고 있다.
준과 선희의 사랑과 사업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양주 재벌가 남매 송도일·애령 역에는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로 얼굴을 알린 이동욱, '맹가네 전성시대'에서 채시라를 제치고 더 큰 인기를 끈 최강희가 캐스팅됐다. 이밖에 박인환 이정길 길용우 조형기 등 연기파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 10대 취향으로 흐르기 쉬운 극의 분위기를 다잡는 '감초' 연기를 펼친다.
'신데렐라' '아줌마' '그대를 알고부터' 등을 집필한 정성주 작가가 극본을 쓰고, '별은 내 가슴에' '호텔' '이브의 모든 것' 등을 만든 트렌디 드라마의 대가 이진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이진석 PD는 "전통주의 맥을 이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그리면서 잊혀져 가는 우리 옛 것에 대한 관심도 일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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