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를 호령했던 우리 민족의 위대한 해양활동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동국대 사학과 윤명철(49·사진) 교수가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르는 2,700여㎞의 바닷길을 항해하는 '환황해 뗏목역사탐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대나무 뗏목인 '장보고호'를 이끌고 14일 인천을 출발한다. 윤 교수는 청해진터인 완도를 거쳐 22일 일본 하카다(博多)항에 도착함으로써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다.
탐사대는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군도를 출발, 1일 인천항에 도착함으로써 탐사의 1단계인 1,600여㎞의 바닷길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이 7일간의 항해는 그야말로 바다와의 전쟁 그 자체였다. 지름 20㎝ 대나무 56개를 두 겹으로 묶고 돛 2개를 이용해 만든 가로 13.5m, 폭 2.5∼4.8m 규모의 무동력 뗏목에 의지한채 험난한 바닷길을 건너야 했기 때문. 살을 에는 해풍과 뗏목을 삼킬듯한 파도를 만나 중국쪽으로 다시 밀려나기를 수차례 반복하고서야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무지막지한 멀미에 시달리면서도 윤 교수가 뗏목탐사를 고집하는 것은 황해 뱃길의 뿌리를 찾는 연구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책에 기록돼 있는 역사는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하며 실증적 탐사를 통해 21세기 미래 해양발전모델을 제시하는 게 탐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1983년 대한해협을 시작으로 86, 87년 울릉도-독도(두 차례), 96년 중국 저장성-산둥반도, 97년 저장성-소흑산도-인천 구간을 이미 뗏목으로 건넜다. 이번 뗏목 항해를 마친 뒤에도 해양국가인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찾아 바이칼호, 연해주, 몽골 등을 추가 탐사할 계획이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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