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측은 7일 미군 기갑부대의 시내 중심부 장악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모하메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미군 진격 5시간 후 팔레스타인 호텔 밖에서 가진 즉석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궁과 공보부 청사 등을 장악했다는 미군측의 주장에 대해 "침략자들의 거짓말이며 바그다드 시내에 그들의 병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영웅적 군대는 바그다드 북부 도라 인근 지역에 진입한 미군 수백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AFP통신 특파원도 미군의 중심부 장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공보부와 외무부를 포함해 대통령궁 주변의 행정구역들은 여전히 이라크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내 주요건물 장악여부와 상관 없이 이날 미군의 바그다드 중심부 진격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든 진격할 수 있다"는 미군측 주장을 확인해 준 셈이다. 이라크군이 완전 궤멸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적 대항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군 탱크와 장갑차들이 이날 아침 바그다드 중심부까지 대담하게 진격하는 동안 이라크군의 대응은 미미했다. 도로변에 방어벽을 치고 소총 등으로 대응했으나 위력적인 중화기를 이용한 공격은 없었으며, 일부는 티그리스강 둑으로 도주했다고 전투에 참여한 미군 병사들은 전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6일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라크 병사들에게 인근의 아무 부대에나 합류하라고 명령한 것도 이라크군이 무력화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후세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부대로 복귀할 수 없는 전사들은 다른 가능한 부대로 합류해 추후 명령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병력과 장비가 12년 간의 경제 제재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초 6만∼7만명으로 추정됐던 공화국수비대와 바그다드 시가전을 준비해 온 특수공화국수비대, 준군사조직인 페다인 민병대 등의 잔존 병력을 감안할 때 이라크의 저항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알 사하프 공보장관은 이날도 "적들에 대한 자살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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