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의 서울 창경궁을 찾았다.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을 생각으로 도시락을 들고 갔다. 그런데 안내요원이 "고궁을 깨끗이 관리하기 위해 협조해달라"며 도시락 반입을 금지시켰다.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수긍이 갔다.그런데 궁내에 들어서니 많은 관람객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어떤 관람객들은 음료수도 갖고 다녔다. 의아하게 생각해 안내요원에게 물으니 "햄버거와 음료수는 괜찮지만 김밥은 안 된다. 규정에 그렇게 돼 있다"고 했다.
햄버거에는 포장지, 냅킨 등 일회용품이 딸리고 김밥 도시락에는 은박지와 나무 젓가락이 포함된다. 어느 쪽이건 종이, 비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서양 먹거리인 햄버거는 괜찮고 김밥도시락은 안 된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닌 한국의 고궁에서 어떻게 외국 패스트 푸드는 되고 우리 고유의 음식은 갖고 가 먹는 게 안된다는 말인가.
고궁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차원이라면 햄버거든 김밥 도시락이든 함께 반입을 금지해야 공평할 것이다. 요즘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는 대신에 시민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떨까. 창경궁 여기저기서 금지하는 안내문구만 실컷 보다가 기분만 잡치고 나왔다.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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