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7일 점령한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궁은 과거의 권위와 영화를 뒤로 하고 황량한 폐허로 변해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기자의 현장 방문기를 요약한다.이날 미군이 점령한 대통령궁은 바트 당사 인근에 최근 들어선 건물. 건물 상단의 돔은 화려한 청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세라믹 타일로 장식돼 있었고 외부는 꽃과 관목들로 꾸며졌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자 수북이 쌓인 먼지와 코를 찌르는 매캐한 연기가 주인 없는 대통령궁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수영장과 연못은 흉하게 바닥을 드러냈고, 바로크풍 금빛 프랑스 가구는 뽀얀 먼지로 뒤덮였다.
조리실에는 어떤 음식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방들에는 대부분 고급 호텔급의 침대와 가구가 비치돼 있었으나 장식장 등 가구는 텅 비어 있었다. 지하와 1층 바닥은 대체로 원래의 모습을 유지했지만 물에 잠겨 있었다. 3층과 4층은 폭격으로 앙상한 골격만 남았다.
하지만 폐허로 변한 대통령궁과는 대조적으로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오는 티크리스강의 전경은 장관이었다.
대통령궁이 미군에 의해 장악되자 자연히 후세인 등 이라크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지하벙커의 위치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후세인이 은신한 지하벙커를 찾는 일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후세인의 은신처로 유력한 지하 9m의 지하벙커는 티그리스강 인근 공화국궁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여기에 후세인이 숨어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벙커는 지하 30m보다 아래 쪽에 있을 수도 있고, 추정 위치에서 1,2블록 떨어진 주택가 지하에 있을 수도 있다. 벙커를 찾는다 해도 난제는 또 있다. 지하 벙커는 여러 층으로 된 복잡한 통로로 연결돼 있어 후세인 체포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천신만고 끝에 특수부대가 후세인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해도 정예 경호대와 교전을 벌여야 한다. 상당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91년 걸프전 때도 끄덕 없었던 후세인의 지하벙커 찾기는 연합군의 '승리 선언'을 위한 최후의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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