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7> 시안·청뚜 ③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7> 시안·청뚜 ③

입력
2003.04.08 00:00
0 0

청뚜(成都) 시내 서남부에는 최근 몇 년간 새로 조성된 대규모 비즈니스 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쓰촨(四川)성 정부가 서부 대개발 현장을 소개하면서 제일 먼저 안내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서부지역의 첨단기술산업 육성 현장인 청뚜 고신(高新·첨단)기술개발구이다.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 곳의 입주 기업 대부분이 창업한지 채 몇 년이 안된 신생기업이라는 점과 이들 기업의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2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청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꿔텅(國騰) 그룹의 임직원은 600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26세다. 이 회사의 이사회 업무를 총괄하는 선자오롱(孫家龍·29) 주임은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의 업무 특성상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주축을 이룰 수 밖에 없다. 시대변화를 따라 가려면 조직과 사람이 젊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통신 시스템과 다매체 공중전화 설비, 다용도 카드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1995년 설립 이후 통신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설립 당시 100만 위안(한화 1억6000만원)이던 자본금이 현재는 10억 위안(1,600억원)으로 무려 1,000배나 늘었다. 연간 매출액도 50억 위안(8,000억원)을 넘어 통신장비 업체로는 서부지역에서 1위, 중국 전체로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업체는 중국 정부의 첨단기술산업 육성 정책 덕택에 개발구내 20만평의 땅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마이푸(邁普)데이터통신도 색깔이 비슷하다. 꿔텅 그룹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데이터통신 모뎀 분야에선 중국 내 1, 2위를 다툰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뤄펑(羅鵬) 부총경리(부사장·27)는 "중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신국과 은행에 우리 제품을 쓰지 않는 곳이 없다"며 "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기술개발에 힘쓴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서부 대개발은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었다. "외국의 유명 대기업들이 서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합작 사업이 크게 늘었다. 우리 기업도 에릭슨과 라우터 개발 합작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홍콩 기업으로부터 외자 유치도 검토 중"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 부총경리는 젊은 나이에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데 대해 "요즘 중국에서는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 후 외국기업이나 동남부 연해지역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서부 대개발 정책 추진 이후 청뚜 같은 서남부 도시로 젊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자본과 첨단 기술을 끌어들이려는 지방 정부의 노력은 관료주의가 팽배한 중국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한·중 합작기업인 시안(西安)화천통신유한공사의 한일수(韓鎰洙) 총경리(사장)는 많은 한국 기업인들과 달리 중국 정부의 외자기업 지원 정책에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이동통신 안테나시스템 개발업체인 한국의 KMW와 중국의 창린기계공업, 치엔롱유한공사가 35 대 65의 비율로 투자한 이 회사는 샨시(陝西)성 정부의 절대적 지원 아래 탄생했다. 한 총경리는 "해외투자를 모색하던 중 우연히 샨시성 정부와 연결이 됐다. 인력이나 인프라, 시장전망 등 조건이 괜찮다는 판단이 섰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끈 것은 성 정부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성 정부는 합작 파트너를 직접 주선해 주면서 KMW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를 썼다. 공장부지 2만평도 시가보다 30% 싼 값에 제공했다. 그것도 5년 내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하면 땅값을 전액 반환해준다는 조건이었다. 지난해 3월 회사를 설립하고 5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성 정부의 공업담당 부(副)성장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애로사항을 챙기고 있다. 외자를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까지 철저하다는 것이다. KMW가 투자한 금액이 350만 달러로 소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부성장이 직접 챙긴다는 것이 얼른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는 "그건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성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경리가 들려준 일화 한 가지. "처음에 이곳에 와서 체류증 발급을 위해 직원을 통해 해당 부처에 문의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 공안국 외사처 간부가 회사로 찾아와서 필요한 서류를 받아가더니 직접 체류증을 만들어 갖고 왔더라구요. '시안을 위해 오셨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하다'면서요. 감동 받을 수 밖에요."

그러면서 그는 한국 관료들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었다. "지난해 성 정부의 경제담당 부성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모 부처 고위급 관리를 만났는데 그냥 인사만 하더니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예요. 굉장히 무시하는 분위기였죠. 마침 그자리에 모 국회의원이 찾아오자 이 관료의 태도가 180도 돌변하더군요. 부성장의 한국 관료에 대한 인상이 좋았을 리 없지요."

/시안·청뚜=김상철기자 sckim@hk.co.kr

■시안·청뚜 "어깨 다툼"

'중국 서부의 최가(最佳·최고)'(시안), '서부 최대 경제 강성(强省)'(청뚜)

시안과 청뚜는 서부 대개발의 양대 거점 도시답게 경쟁이 치열하다. 서부의 최고, 최대를 내세우는 두 도시의 비전에서 두 도시의 경쟁심을 엿볼 수 있다.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도 선두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시안 고신기술개발구 관계자는 "전국 53개 국가급 개발구 중 국가 지원과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확보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과 함께 5개 국가 중점지원 개발구로 지정됐다"며 시안 개발구의 강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청뚜 고신개발구 관계자는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며 두 도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도시 규모나 전반적인 발전 정도로 보면 청뚜가 시안보다는 한 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발전 속도는 오히려 시안이 청뚜를 앞지르고 있다. 청뚜로선 은근히 신경이 쓰일 만하다.

두 도시는 경쟁관계에 있는 것 만큼 각자의 특색 또한 분명하다. 시안은 과학기술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인구와 시장규모에서도 시안보다 유리하다. 인근에 충칭, 우한 등 대도시를 끼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산샤(三峽)댐이 완공되면 상하이까지 수상 운송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물류 측면에서 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반면 청뚜는 가공 제조 등의 산업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

시안의 과학기술과 항공산업은 과거 중소분쟁 당시 방위산업을 내륙 산악지역으로 이전한 마오쩌뚱(毛澤東)의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이로 인해 시안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37개의 국립대학과 67개의 전문학교에 50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매년 석사이상 연구자 3,000∼5,000명이 배출된다. 또 672개의 연구기관에 40만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개발구 관리委 첸지안 부주임

"첨단기술산업단지는 산업 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생활, 교육,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도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시안 고신(高新·첨단)기술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의 첸지안(陳堅·사진) 부주임은 맨 먼저 개발구의 기반시설을 강조했다. 서부 대개발 정책의 우선 순위를 인프라 구축에 두고 있는 것처럼 첨단산업단지 조성도 처음부터 완벽한 입주여건을 갖추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시안 첨단기술산업개발구의 면적은 현재 조성된 것만 34㎢로 옛 도시 면적의 2배다. 개발 중이거나 개발 계획이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장차 150㎢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입주해 성과를 내고 있느냐는 것. "현재 3,000여 업체가 들어서 있고, 미국의 IBM 휴렛패커드 시스코 하니웰, 일본 NEC 후지츠, 독일 보쉬, 네덜란드 필립스 등 외국기업도 4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단지 내 입주기업의 총생산(GDP)은 118억 위안(1조8,880억원)으로 시안시 전체의 14.5%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매년 30% 이상으로 매우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진 부주임은 그러나 "외국기업 유치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투자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다. 이를 위해 기초시설의 개선과 과학기술의 산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개발구에서 공항까지 왕복 6차선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현재 자동차로 1시간 걸리던 것이 30분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륙 도시로서 시안이 연해지역보다 물류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항공운송이 가능한 전자제품이나 의약품 등은 이곳의 과학기술 기반을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며 "특히 한국의 게임 및 통신프로그램 업체들과의 합작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안=김상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