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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책의 앞과 뒤가 달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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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책의 앞과 뒤가 달라서야

입력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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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여가 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여당이 재집권하였고 지난 정권의 정책을 많은 부분 계승하였으므로 국정 운영의 기틀을 잡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과정을 보면 새 정부의 정책 접근법에 한가지 큰 구조적 문제가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제 갓 집권하여 득의만만한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이 아닐지 모르나 잘못하면 나라가 제자리 걸음하거나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하는 고언이니 새겨 들어주었으면 한다.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책의 이중구조다. 이것을 몇 가지 다른 말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첫째,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속 마음이 다르다. 이를테면 한미관계에 대한 입장이 수시로 오락가락 했는데, 이는 말과 생각이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간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므로 어느 쪽으로든 일단 방향을 정했으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관 등 정부 고위직 인선에 있어서도 겉으로는 인터넷 추천 등 참여형 방식을 표방하였으나 실제 내용은 객관적 평가보다는 대통령과의 개인적 안면을 중시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결과적으로 정의감 있는 새로운 세력이 전면에 등장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국정이 이들의 이상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장이 된 측면이 있다. 국정의 혼란을 막으려면 이들에게 충분히 뜻을 펴볼 기회를 주되 일정 기간 뒤에는 현실감 있고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만이 계속 중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총론과 각론이 다르다. 경제정책을 보면, 총론상으로는 시장경제와 외자유치 활성화를 지향하는데도 불구하고 각론에는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중시하는 정치적 접근과 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많다. 예컨대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전반적인 후퇴가 감지된다. 이미 민영화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보다는 정부가 인사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민영화는 공공부문의 효율성 증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현 단계에서 후퇴하는 것은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구호가 앞서고 전략이 빈약하다. 예를 들어 '동북아 중심 국가'라는 구호는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과 물류의 허브가 되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전략이 부족하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방이 더 진척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특히 문제다. 기본 마인드가 폐쇄적인 상태에서 지역의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현재 큰 고비에 부딪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큰 틀만 있을 뿐 냉철한 현실에 입각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최근 다자간 정치· 경제적 해결방식이 방향을 잡아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가 구체적 대안들을 북한과 관련국들에 내놓아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이중구조가 왜 문제가 되는가? 겉과 속, 총론과 각론이 상충하는 이중구조를 가지고는 나라가 앞으로 전진할 수 없으며 특히 경제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가려는 힘만큼 뒤로 당기는 힘이 있으면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관념적인 이상만 가지고 오락가락해서는 안된다. 현실의 세계는 행동을 필요로 한다. 방향을 정했으면 제대로 된 길을 찾아서 꾸준히 가야 5년 뒤에 나타나는 성과가 있을 것이다.

채 수 찬 미 라이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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