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는 지난해 2,000만 권의 책을 팔았습니다. 그 절반을 북클럽 회원이 사갔습니다." 국내 최대 서점 체인 교보문고가 최근 작은 경사를 맞았다. 1993년 1만 명으로 출발한 북클럽 회원이 지난달 200만 명을 돌파했다. 회원 100만 명을 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거기서 100만 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2년도 걸리지 않았다. 회원 중 최다 구매자는 무려 1만3,663권의 책을 샀다는 기록도 있다. 회원 200만 명 돌파를 기념한 사은 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하지만 이런 경사에도 불구하고 교보문고가 마냥 여유 있는 형편인 것은 아니다. IMF 못지 않은 경기 침체가 무성하게 거론되고 있어 책 매출 부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교보문고 권경현(52) 사장은 낙관적이다. 책 판매가 경기의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진정하게 책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란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 해결의 열쇠를 책에서 찾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경기도 문제지만 최근 2, 3년 사이 오프라인 서점을 위협해 온 것은 인터넷 서점의 급성장이다. 출범 4년인 인터넷 서점 'YES24'의 매출(지난해 예상 1,200억 원)이 20년 넘게 국내 대형서점을 선도한 교보문고의 매출을 위협하고 있다. 교보의 북클럽 회원 200만 명 돌파는 다른 대형서점 회원수와 비교하면 분명 월등하지만 'YES24'와는 숫자를 다투는 형편이다. 신생 인터넷 서점 '모닝365'를 설립, 1년 만에 업계 상위에 올려 놓은 정진욱 사장을 지난해 교보가 이사로 영입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의 반영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권 사장은 자신이 있어 보였다. "매장 확대 전략으로 압도적 하드웨어를 갖추고 고객에 대한 1대1 서비스와 월등한 물류·배송으로 국내 최고의 온·오프라인 통합 경쟁력을 선보일 겁니다."
우선 5월 초 서울 강남역 인근 교보생명 신축 건물 1, 2층에 강남점이 문을 연다. 본점 격인 광화문점(2,704평)에 이어 서울에서는 두 번째, 성남 부천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으로 치면 7호 매장이다. 임대 면적은 3,600평으로 영풍문고 강남점(반포 센트럴시티 지하)과 같지만 도서 전시 전용 면적은 1,800평으로 더 넓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서점이다. 교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가 매장 후보지를 계속 물색하고 있다.
권 사장은 또 "외부 전문가 그룹과 연계해 독자의 책 자문에 전문적으로 응하는 것은 물론 메일링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의 공격을 대충 피해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 갖춘 새 설비로 배송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단지 책을 사고 파는 공간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학술 전문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자체 외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교보를 지식 정보의 보고로 만들 것입니다. 교보는 '월드 베스트'로 나아갑니다."
지난해 6월 교보문고 사령탑에 오른 이후 그가 가장 소중하게 읽은 책은 인생 설계법을 담은 '하프타임'(밥 버포드 지음)이다. 73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지내고 교보문고로 자리를 옮긴 권 사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평소 좋아하던 책을 선뜻 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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