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외국방송은 지금/각본없는 드라마 美 "리얼리티 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외국방송은 지금/각본없는 드라마 美 "리얼리티 쇼"

입력
2003.04.07 00:00
0 0

탄탄한 시나리오에 인기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와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준비된 각본도 없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두 프로가 동시에 방송된다면? 대개는 전자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시청률이 언제나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제작자들이 좋은 작가, 인기 배우를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러나 요즘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TV 프로그램은 이런 조건이 필요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리얼리티쇼'가 그것이다. 2000년 무인도에서 펼치는 남녀 16명의 생존경쟁을 다룬 CBS '서바이버'(Survivor)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요즘 청춘 남녀들의 짝짓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올 1, 2월 방송된 폭스TV의 '백만장자 조'(Joe Millionaire·사진)가 대표적이다. 5,000만 달러를 상속받을 한 남성이 미모의 여성 20명과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 그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을 말 그대로 '리얼'하게 보여줬다. 백만장자로 소개된 이반 메리어트는 사실 연봉 1만9,000달러의 건설 노동자. 참가 여성들을 속인 채 시청자들에게만 이 사실을 귀뜸해준다.

과연 조는 누구를 선택할까, 그가 백만장자가 아님이 밝혀진 뒤 선택 받은 여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프로가 방송되는 7주간 매회 평균 2,000만명, 최고 4,000만명의 시청자가 마음 졸이며 TV를 지켜봤다.

케이블TV에 많은 시청자를 빼앗겼던 미국의 네트워크 방송사들에 리얼리티 쇼의 성공은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현재 각 방송사의 리얼리티 쇼는 대부분 같은 시간대 1위를 점령하고 있다. 더욱이 주요 시청자가 구매력이 높은 20∼30대여서 광고주의 관심도 높다.

또 인기 배우나 작가가 필요 없으니 제작비도 보통 드라마의 절반도 안 된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은 올 가을 리얼리티 쇼 편성을 더 늘리기로 하고, 좀 더 자극적인 소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시청률만 의식한 지나친 선정적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방송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프렌즈' 'ER' 'X파일'과 같은 드라마는 장기간에 걸쳐 얼마든지 재방송이 가능하지만, 이야기의 흐름보다 결론을 궁금해하는 리얼리티 쇼 시청자들이 이 프로를 다시 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리얼리티 쇼의 소재가 고갈되고, 인기마저 시들해지고 나면 방송계는 한동안 그 후유증에 심한 몸살을 앓을 것이란 염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성경 미국 인디애나 대학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