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흔하게 먹는 생선의 하나인 멸치는 종류나 품질에 따라 맛은 물론,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더욱 특이한 것은 멸치는 잡는 방법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경남 남해에서 생산되는 죽방렴멸치가 대표적 사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죽방렴이라는 어획수단으로 잡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유명 특산물이 됐다.죽방렴 멸치란 좁은 수로에 V자 형태로 대나무를 엮어 막은 뒤 밀물과 썰물에 회유하는 멸치를 가두는 방식으로 잡는 것들을 가리킨다. 대나무로 막아 잡는다고 죽방(竹防)이라 했다. 푸른 바다에 대나무 발을 원통형으로 세워 멸치를 그 안에서 놀게 한 뒤 떠 담아 올리는 방식이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바닷물 유속이 빨라야 하고 조수 간만의 차가 커야 한다. 또 수심이 10m 내외로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아야 하는데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앞바다는 이런 조건들에 딱 맞다.
죽방에서 건져 올린 멸치는 그물망을 사용한 멸치보다 고급으로 쳐준다. 멸치가 그물에 잡힐 때처럼 상처를 입지 않을 뿐더러 워낙 소량만 잡히기 때문이다. 건진 멸치는 잘 삶아서 살을 다치지 않게 햇볕에 널어 말린 뒤 선별과정을 거쳐 상품화한다.
남해죽방렴협회 김경식 총무는 "현재 어민 24명만이 죽방렴멸치 어업을 하고 있다"며 "1인당 한해 3,000만∼5,000만원 어치의 멸치를 생산한다"고 말한다. 2㎏ 단위로 잔멸치는 3만∼5만원. 중멸치는 20만∼30만원. (055)867―7715.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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