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속에 3일 막을 내린 SBS 기획드라마 '올인'의 마지막 회는 하마터면 불방될 뻔했다. 최완규(39·사진) 작가가 대본을 2일 낮 1시에 탈고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엔딩 장면을 촬영하느라 꼬박 하루를 소비했고, 방송 테이프는 방송시작 불과 2분 전인 3일 오후 9시53분이 돼서야 완성됐다.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다.최 작가는 대본 늦게 내기로 악명이 높다. 이번에도 연기자들은 그가 '막차 타듯이' 띄워 보낸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쪽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기 일쑤였다. 그는 5일 열린 '올인' 종방연에서도 축하와 원성을 동시에 샀다. 이병헌이 그를 보고 "촬영 도중 칼을 여러 번 뺐다"고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그러나 '올인'은 대성공이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49.5%를 기록했고, VOD 조회 횟수, 배경음악의 휴대폰 벨 소리 다운로드 순위 모두 1위였다. 시청률 60%를 넘긴 '허준'의 대성공에 이어 그가 부동의 스타 작가임을 재확인시켰다.
텁수룩한 수염과 더벅머리 차림으로 종방연에 나타난 그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음을 많이 탔다. 과연 이 사람이 제작진의 애간장을 녹일 만큼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대본이 늦긴 하다. 그래도'허준'이나 '상도' 때는 굵직한 스토리 라인을 정해놓고 들어갔는데 '올인'은 기본 스토리 라인도 정하지 않은 채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드라마가 흘러가는 대로 좇아가고 싶었다."
미국 촬영 분 이후의 이야기는 막연히 제주도를 무대로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사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도박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것은 그가 1년에 한 두 번은 강원랜드 카지노에 놀러 갈 정도로 도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종영을 앞두고 탈진해 쓰러져 링거주사를 꽂은 채 집필했다. "펼쳐놓은 게 수습되지 않아서"였다. 그는 극중 김인하가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민수연을 향한 사랑에 모든 걸 거는 것으로 '올인'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결론을 끌어냈다.
소설가가 꿈이던 그는 인천대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집안사정으로 1년 만에 그만두고 10년 동안 공장을 전전하다가 TV극본 공모에 당선돼 드라마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종합병원' '간이역' '애드버킷' '야망의 전설' '허준' '상도' 등이 대표작으로, 도박을 소재로 한 '올인'은 그의 이전 작품과는 색깔이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다. '올인'은 TV에서 보여주지 말아야 할 폭력과 선정성, 도박 등을 두루 갖췄다. 원래 내 드라마 원칙은 순기능은 못해도 역기능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그 동안 언론으로부터 우호적 평가만 받아 왔는데 이번에는 비판적 평가에 많이 당혹스러웠다." 그는 "결국 극 후반부에서는 주위의 우려를 많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루에 담배 4갑을 피는데 내가 제주도에서 묵었던 방은 일주일간 손님을 못 받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주 촬영은 "지금은 짧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할 만큼 강행군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예전에는 의미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 나는 최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의미는 시청자가 새길 것이다.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리메이크는 물론 사극 현대극 시대극 등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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