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탱크부대가 5일 오전 3시간 동안 휩쓸고 지나간 뒤 바그다드시는 한층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항전을 독려하는 방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전투에 준비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가재도구를 싣고 시내를 빠져나가는 피난행렬도 줄을 이었다.미군 탱크들이 이날 무차별 포격을 가하며 쓸고 지나간 자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교전이 벌어졌던 거리에는 이라크군과 미군의 파괴된 탱크, 장갑차 등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담 국제공항 가까운 바그다드 도라·야르무크 지역에는 장갑차와 군용트럭 10여대가 불타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군과의 결전에 대비하기 위해 이라크군과 민병대는 러시아제 탱크와 야포를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참호를 파는 등 전투 준비를 서둘렀다. 참호 진지를 구축중인 한 병사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조국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페다인 민병대원들도 일제히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를 순찰하거나 여러 방어 진지에 포진했다. 이들은 주로 칼라슈니코프 소총과 박격포, 기관총 등으로 무장하고 참호를 지켰다. 붉은 삼각 휘장이 눈에 띄는 공화국수비대 차림의 병사들도 바그다드 남부 발라디야 지역을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군·경찰 차량들이 사이렌을 울리는 가운데 무장한 탑승자들이 이라크 국기를 흔들고 공포를 쏴대며 전의를 다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이날 오전에 정규프로를 중단한 채 항전을 독려하는 음악을 한동안 방영했고, 이어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민간인 인터뷰도 잇따라 내보냈다.
그러나 미군의 공격으로 민심이 동요하면서 피난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6일 "남부지역뿐 아니라 바그다드 외곽에는 살림살이를 가득 실은 온갖 종류의 차들이 폭염 속에 꼬리를 물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의 공격이 없는 시내 북쪽 지역에는 수 천명의 피난민 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미국 CNN방송은 "바트 당원들과 일부 이라크 관리들이 민간인 피란차량 행렬에 끼여 들고 있다"며 "일부는 돈다발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갖고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시내의 거의 모든 상점들은 철시했고, 식료품 시장인 알 아랍 시장에도 인적이 끊겼다.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넣기 위해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고, 유명한 쇼리아 시장에서는 배터리와 손전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날이 어두워지자 바그다드 시내는 정적과 긴장이 가득한 유령도시가 됐다. 폭격으로 끊긴 전기가 일부 복구된 시내 동부지역의 가로등과 아파트에서만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이라크 당국은 6일부터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 허가 받지 않은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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