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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25> 천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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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25> 천호선

입력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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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千皓宣·42) 청와대 참여기획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한달 600만∼700만원의 벌이를 하루 아침에 50만∼60만원으로 바꿨던 사람이다.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인 그는 1991년에야 처음으로 직업을 가졌다. 중3·고1을 대상으로 한 학원의 영어강사였다. 논리정연함 때문인지 몇 개월만에 강남에서 알아주는 강사로 자리잡았다. 아내가 노무현 의원실에서 일했던 인연으로 주례로 모시면서 알게 된 노 대통령이 그의 전세집으로 찾아온 것은 이 즈음의 어느 날 밤. 노 대통령은 "14대 총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별 고민 없이 학원 강사를 그만뒀다.

"노 대통령이 그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뭐 도와달라고 했겠죠." 그는 그런 사람이다. 현실의 이익을 두고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옳다'고 생각되면 그 길로 간다.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대선 이전에 그가 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것은 91∼92년 동안의 딱 1년이었다. 그는 "나는 단지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좋아서 멀리서 함께 했던 사람"이라며 "나는 전부터 노 대통령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대통령이 부르면 고민 없이 같이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인터넷'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코드가 맞는다. 그는 '노무현 386 사단'중에서 대선기간중 노풍(盧風)의 발원지였던 인터넷을 맡았다. 지금도 "온라인 후원금이 70억원 가까이 모인 일, 문성근 연설 동영상이 100만 이상의 접속을 기록한 일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2000년에는 정치 사이트인 이윈컴닷컴(eWincom.com)을 기획했고, 이후 정치 여론조사 사이트인 보트코리아(votekorea.net)를 운영하며 일찍이 인터넷 정치에 관심을 돌렸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은 여론수렴의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하는 그가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에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깔끔한 외양 때문에 선대위 부대변인을 하던 시절, "한나라당 부대변인 같다"라는 놀림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외모와는 달리 역동적이다. 그는 87년 비디오 테이프 공장에 위장취업, 파업을 주도했다가 1년2개월 징역을 살았다. 정치권에 들어온 뒤에는 정치의 세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95년 1차 지방선거에서 386의 기초의원 출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직접 송파구청장 후보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소박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주목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진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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