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제 황금같은 연휴에 나무는 한 그루 심으셨나요? 만일'아직도'라면 서두르세요. 나무심기 좋은 날들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물론 저도 전나무 몇 그루 심었습니다. 아마 저보다 훨씬 오래 살며 세상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많이 하리라고 봅니다.그런데 나무 심기에도 때가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어느 곳에 어떤 나무를 심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른 봄 얼었던 땅이 녹고 나무의 겨울눈이 터서 잎이 나기 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남쪽이라면 3월 중순엔 시작해야 하고 중부지방이라면 4월 중순까지가 적당합니다.
식목일이 지나 나무에 싹이 터 잎이 무성해지면 나무를 심기에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날씨가 더워지고 잎이 왕성해지면 잎을 통해 많은 증산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아직 새로운 땅에 정착하지 못해 원활한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잎을 통해 수분이 빠져나가 버리니 새로운 계절을 살며 양분을 만들어야 할 잎은 쳐지고 늘어져 심하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없게 됩니다.
흔히 때를 놓치거나 아주 큰 나무를 옮겨 심어야 하는 경우 나무 가지를 많이 잘라 주고 가능하다면 해가 뜨거운 낮 시간을 피하여 아침이나 저녁에 나무를 운반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나무를 심으셨다면 잘 심으셨나요? 우선 나무를 심을 때에는 심을 장소를 잘 골라야 합니다. 특히 땅에 물이 제대로 빠지는 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잘 심어놓은 나무가 잘 살지 않을 때 원인을 찾아보면 물이 고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심어 놓은 나무가 잘 살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어이없거나 한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땅속에 있는 문제라서 발견을 잘 못할 뿐입니다. 물이 고인 곳이 아니더라도 나무 심을 때 묘목을 싸놓은 비닐을 풀지않아 뿌리가 몇 년 동안 뻗지 못했던 경우도 있고, 예민한 뿌리 부근에 더러운 폐기물이 묻혀있는 경우도 있지요.
나무를 심을 땐 뿌리보다 조금 넉넉히 땅을 판 후 겉흙과 속흙을 따로 모아놓고 돌, 낙엽 등을 가려냅니다. 다음에 나무의 뿌리를 잘 펴서 곧게 세우고 겉흙부터 구덩이의 3분의 2가 되게 채운 후, 흑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묘목을 살며시 위로 잡아당기면서 성의껏 밟아줍니다. 그러지 않으면 뿌리와 흙 사이에 공간이 생겨 뿌리가 마르거나 땅에 정착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흙을 주변 땅보다 약간 높게 만들고 물을 주는 일도 잊지 마셔야지요,
우리가 나무를 심는 곳에 마음도 함께 심으셨다면 나무는 잘 자랄 것입니다. 이번에 심은 나무의 이름이랑 키를 기억해 두십시오. 11월 첫 주 토요일, 나무와 숲을 가꾸는 날 다시 찾아가 얼마나 컸는지, 어떤 잎을 달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한 번 찾아가보면 얼마나 대견할까요.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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