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 생활에 참 많이 지쳤겠지만 그래도 힘 내자.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곧 오겠지.""어젯밤에도 어머니를 만나는 꿈을 꿨습니다. 한참 동안 자리에 우두커니 앉은 채 눈물만 흘렸습니다."
한총련 수배자와 가족들의 '새봄, 첫 만남' 행사가 열린 4일 연세대 동문회관. 한총련 관련 수배자 40여명이 행사장으로 들어서자 가족들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안타까움의 빛이 교차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00여명의 가족들은 아들, 딸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혹시 숨어지내던 학교 바깥으로 나오다 경찰에 붙잡히지나 않을까 걱정했다"는 유금순(52)씨는 아들 진영하(22·전 고려대 서창총학생회장)씨의 얼굴을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북 임실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온 유씨는 아들의 손을 붙잡은 채 놓을 줄 몰랐다. "살이 많이 빠졌구나. 어디 아픈 곳은 없냐?" "제 걱정은 마세요. 오히려 아버지 어머니 건강이 걱정입니다."
그러나 전체 수배자 176명 가운데 대다수는 아직 은신중인 학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듯 행사에 참석지 못했다. 인천시립대 재학중 수배된 아들 종현(28)씨를 만나러 강화에서 올라온 박강주(62)씨는 "아침에 위험해서 나오지 못하겠다고 전화하더니 정말로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7년째 수배중인 송용한(30·고려대 국문학4)씨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우리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만 해놓고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열린 마음으로 대화의 자리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침울했던 행사장은 7년째 도피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전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유영업(28·목포대 영문 4)씨의 조카 박지영(7)양이 삼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가면서 잠시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게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 삼촌 좀 도와주세요."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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