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아들의 입원비를 내지 못한 50대 여인이 28년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아 이자까지 계산해 갚았다.권정자(53·대구 북구 대현동·왼쪽)씨는 이 달초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을 찾아와 "28년 전 못낸 병원비"라며 100만원을 건넸다. 권씨는 영문을 모르는 병원 직원에게 "1975년 6월에 두 살난 아들이 목과 어깨에 화상을 입고 놀라 병원에 달려오긴 했으나 치료비가 없어 복도에 앉아 울고만 있었다"며 "마침 순회 중이던 병원장 하워드 마펫 박사가 우는 나를 보고 도와줘 아들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당시 아들을 등에 업고 핫도그 장사를 하는 등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권씨는 "마펫 원장님이 '병원비는 나중에 생각하고 치료부터 받자'며 치료를 받게 해주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 입원비 등을 갚을 길이 없었다"며 "딱한 사정을 알고 병원에서 5만원이나 되는 치료비도 모두 받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안해 하는 내게 '나중에 돈을 벌면 갚으면 된다'며 오히려 위로해주던 원장님과 병원분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었다"며 "언젠가는 꼭 갚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채소장사를 하는 등 열심히 일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지금까지 미뤄왔다"고 미안해 했다.
어엿한 직장인으로 성장한 아들 강명구(30·오른쪽)씨와 함께 병원을 찾은 권씨는 "은혜를 베풀어 아들을 살려준 파란 눈의 원장님께 죄송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동안 병원 근처를 지나가지도 못했는데 뒤늦게나마 빚을 갚으니 마음이 후련하다"고 홀가분해 했다. 병원측은 이 돈을 권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는 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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