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롤 지음·김석희 옮김 해냄 발행·2만5,000원구약성서는 사실인가, 전설인가. 일부 기독교 신학자와 고고학자들은 구약을 기원전 2세기에 기록된 허구로 보고 있다. 반대로 성서 고증에 매달리는 이집트학 학자들은 각종 문헌을 토대로 이를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해묵은 논쟁 사이에서 독자적 발굴과 재조사로 구약의 역사적 실체를 입증하려는 고고학자가 데이비드 롤이다.
롤은 '시간의 풍상'에서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자료와 금석문을 통해 성서고고학자들이 작성한 기존 이집트 연표의 모순을 짚어가면서 구약의 내용을 고증하고 있다. 그의 결론은 이집트 왕조의 제3 중간기(BC 1069∼664)를 300년 정도 줄이면 성경과 이집트 역사의 아귀가 들어맞고 요셉·모세·여호수아·사울·다윗·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확인된다는 것.
그는 우선 지난 200년 동안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에서 이루어진 고고학적 연구 결과, 성서 내용과 모순되는 증거가 나오는데 이는 엉뚱한 시대의 지층만 뒤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연표에 따라 이스라엘의 다윗과 솔로몬 왕국을 철기시대(BC 1000∼900·이집트 제3 중간기)로 보면 고고학적 증거가 없지만, 청동기 후기(BC 1350∼1250)로 끌어올리면 이스라엘의 번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후기 청동기 시대의 궁전이나 가나안 상아 세공품, 신전 등이 바로 다윗과 솔로몬시대의 유물이라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존재나 팔레스타인 지역 안에서 가나안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스라엘인들은 귀가 솔깃한 얘기들이다.
이집트 연표의 수정을 주장한 것은 롤이 처음은 아니다. 멀게는 솔로몬 신전을 약탈한 파라오를 람세스 2세라고 한 아이작 뉴턴(1642∼1727)의 해석에서 시작해 그 동안 여러 차례 이집트 연대와 성서의 연대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때마다 기존 학계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쳐 이단으로 몰렸으며 롤도 95년 이 책을 낸 후 그런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대영박물관도 역사 해석에 혼란을 부른다는 이유로 이 책을 금서목록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치밀하고 과학적인 논증은 많은 학자들의 공감을 부르면서 TV 다큐멘터리 3부작으로 제작, 방영됐다. 90년 영국 런던대학 이집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집트 동부사막 탐사대를 조직, 직접 발굴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나는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사학자일 뿐, 종교적 속셈은 전혀 없다"며 일부 의혹을 일축한다. 이집트 연표와 역사적 사실, 성서관련 내용이 뒤섞여 있는 이 책은 다소 난해하지만 일목요연한 도표와 화보, 친절한 용어해설, 명료한 번역이 이해를 돕고있어 대중교양서로서 손색이 없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