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에 대한 한나라당의 첫 공식평가다. 한나라당이 매긴 성적표의 총평은 "지난 한 달은 혼선과 불안의 연속이었으며, 국정운영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각론에서도 "국가안보는 흔들리고, 사회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항목마다 낮은 점수를 주었다. 하 최고위원은 국회 존중과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화, 대북송금 특검제 수용 등 노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예상대로 연설은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일관했다.하 최고위원은 먼저 "노 대통령은 오늘의 총체적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국민통합과 조정의 리더십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확신 국정운영의 청사진 제시를 주문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서는 맹공을 퍼부었다.
하 최고위원은 정부가 마련한 기자실 개선 및 정례브리핑 제도 도입과 KBS사장 사의 파문 등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섬뜩한 적개심, 자신을 비판하면 '박해'고 찬양하면 '정론'이라는 식의 편협함을 드러냈다"며 언론관 시정을 촉구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도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했다. 민주당 설 훈 의원의 '이회창 전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의혹' 폭로와 나라종금 로비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반면, 세풍사건과 국정원 도청의혹에 대해선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고 국정혼란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모색할 때"라면서 권력구조 개편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내각제 개헌의 공론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정작 하 최고위원은 "있는 그대로만 해석해 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심재철 의원은 개인성명을 발표,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개헌 제안을 한 것이 아니냐"면서 "대표연설을 빌어 개인의견을 마치 당의 의견인 것처럼 비쳐지게 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목은 당 연설문팀과 상의하지도 않고 하 최고위원이 2일 밤 직접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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