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채권추심업, 대금업, 구직대행업 등 '불황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과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라 불황형 금융산업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때 벤처기업이 몰렸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는 한 달에 2, 3개 정도의 대금업체가 속속 입주, 현재 10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호황을 누리는 대표적 불황업종은 대금업체. 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대출조건이 엄격해지면서 대금업체에 금융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계 대금업체인 A&O는 지난해 1조282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려 전년 대비 90.4%의 폭발적 성장률을 보였으며, 당기순이익도 1,039억원으로 전년도 559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일본계 대금업체 해피레이디의 임주성 부장은 "최근 신용경색과 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로 전국 14개 지점 방문객 수가 15%정도 늘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부업법 시행으로 최고 대출금리가 66%로 제한된 만큼 대출심사를 엄격히 적용, 대출승인률은 30∼35%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금업체인 대호크레디트의 관계자도 "지난해에 비해 10∼15% 정도 늘어난 월 평균 3,000∼4,000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며 "특단의 경기부양책으로 신용과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는 한 대금업체로 고객들이 몰리는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빚을 대신 받아주고 상환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채권추심업도 활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정보업체의 채권추심 매출액은 4,93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1%의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23개 신용정보업체는 지난해 67개의 점포를 신설했고 직원 수도 4,000명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인크루트, 스카우트 등 인터넷 구직대행업체는 최근의 경기침체와 취업난을 반영,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침체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뽑는 대신 수시로 1, 2명씩만 선발, 이에 따른 채용광고 수입이 늘어난 것.
인크루트 최승은 매체운영팀장은 "수시채용 증가로 올해 1, 2월 채용광고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21.4%나 늘었다"며 "특히 1일부터 실시한 '1대1 무료 취업전문컨설팅'의 참여 회원은 3일 현재 2,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가 나쁠 때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대표적 상품인 초콜릿과 사탕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1∼2월 롯데와 해태, 동양, 크라운 등 국내 제과4사의 초콜릿 매출은 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0억에 비해 14% 정도 늘었고,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올들어 사탕 매출이 전년 동기(1∼2월)보다 40% 가량 증가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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