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생각하십시오. 역사는 부도덕한 이 전쟁에 우리가 동참했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3일 오후 2시 청와대 민원실앞. 민간인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는 이라크에서 28일간의 '인간방패' 활동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배상현(28·사진왼쪽)씨와 임영신(34·여)씨는 짐을 풀자마자 곧장 청와대로 발길을 옮겼다. 배씨는 고된 현지 활동으로 지친 탓인지 출국 전에 비해 얼굴이 많이 부었고 온 몸이 타박상투성이였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라크전에 파병해야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어떻게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합니까."
하지만 이날 항의서 전달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배씨와 반전평화팀 일행은 청와대 민원실 입구를 100m 앞둔 지점에서부터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2일 국회의 파병동의안 통과 소식을 비행기 안에서 전해듣고 "살아 돌아온 것이 부끄러웠다"는 배씨는 경찰에 둘러싸인 채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서한을 낭독했다.
"저는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미국의 야만적인 폭격으로 피흘린 채 죽어나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대통령께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파병결정을 철회해 주십시오." 배씨는 이라크 아이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대목에선 감정이 복받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훗날 이라크전 전쟁범죄자들을 기소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의 참상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는 배씨와 임씨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다는 한국정부의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여의 실랑이 끝에 항의서를 전달하고 나온 배씨는 단호한 어조로 "현지로 다시 돌아가 이라크인들이 어떻게 난민이 되어가는지를 생생히 기록하는 '평화의 증인'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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