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소화할 수 없는 것을 책 속에 집어넣으면 판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내용이 책을 그 저자의 책답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가공되지 않은 진실이 고전을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나는 이 구절을 오래된 메모,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 내가 본격적으로 산문을 쓰기 위해 '흑심'을 가지고 메모를 하기 시작하던 무렵의 파일에서 발견했다.
누구의 책에서 나온 메모인지 짐작을 해보려니 주변의 다른 메모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쟁적이고 공산주의적인 벼룩' '자기의 권총만한 호위병' 같은 비유와 에드가 스노우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리랑'의 작가 님 웨일즈가 아닌가 싶다.
남이 애써서 내놓은 결과물을 써먹으려고 메모를 하면서 왜 원작자의 이름에는 잉크를 아꼈는지 아직 모를 일이다.
창의적인 분야에서 고전에 도달하는 작품을 낳으려는 (흑심이 있는) 사람은 참고할 만한 말이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겠고. '아무도 소화할 수 없는 것'의 '아무도'에 자신마저 포함되면 문제가 있지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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