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모를 통해 KBS 이사회에 서동구 사장을 추천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KBS 이사회의 수장인 지명관(池明觀·사진) 이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사들 대부분이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방송가 안팎에서는 적어도 지 이사장에게는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다.지 이사장은 3일 밤 전화 인터뷰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런(노 대통령이 서 사장을 추천한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민주당이나 청와대 등 여러 곳에서 추천 부탁을 받았으며 (추천 대상에는) 서 사장도 들어 있었다"면서 "청와대가 압력을 넣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소신대로 제청자를 결정하는 투표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지 이사장은 제청자를 결정하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KBS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어쩔 수 없다. 때가 늦었다"고 말한 것이 '외압' 시인으로 알려진 데 대해 "노조가 투표를 늦춰달라고 한 데 대해 그렇게 답한 것이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지 이사장은 "이사들 모두 양식에 따라 투표했겠지만 후보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추천 서류 심사만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몹시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는 이사들끼리만 수근수근할 게 아니라 후보자도 만나보고 공개적 토론 과정을 거쳐 국민 여론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사장 제청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사회에서 새 사장을 제청하면 서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현 이사회에서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혼란스럽다"며 "4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