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스럽다'에 이어 '국회스럽다'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을까요?" 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을 TV로 지켜본 많은 사람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냉대는 본회의장 입장 때부터 감지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환영했지만 야당쪽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동료의원에게 눈치를 줄 정도였다. 40여분간 진행된 연설 내내 단 한차례의 박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퇴장하면서 청하는 악수를 외면하기도 했다.
물론 대통령 연설 도중 국회의원들이 꼭 박수를 쳐야 할 이유나 의무는 없다. 손을 마주잡기 싫은데 일부러 악수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했다.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민은 행정부와 국회가 단합된 모습으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가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국회의원들이 그런 결례를 보이다니, 정말 아쉬움이 많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존중한다는 뜻에서 총리가 대독해온 국정연설 관행을 깨고 직접 국회를 찾았고,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국민을 직접 설득해달라는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정연설의 앞부분 10여분을 할애했다.
지난 1월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때 77차례나 박수를 보냈던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도 모두 부시 대통령을 좋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왔던 게 우리 정치의 나쁜 전통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던가.
양정대 정치부 기자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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