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과밀현상은 더 참기 어려운 수준이 된 지 오래다. 전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1,000만여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 살자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 정서를 갖고 있기에 '2020 서울시 도시 기본계획안'의 철학을 반길 수밖에 없다. 3일 발표된 이 마스터 플랜은 2020년 서울의 미래상을 자연과 인간, 역사와 첨단이 어우러진 도시로 설정하였다. 계획의 다섯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가 '자연이 되살아나는 생태도시'다.세부계획에서도 토지이용을 적정밀도로 한 친 환경도시를 지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이 수려한 자연환경을 훼손했다는 자성 아래, 중요한 산과 하천변의 경관을 살리겠으며, '바람 길을 확보하겠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도심지를 역사도시로 만들겠다는 말도 반갑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실정법은 이와 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날 입법예고 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에는 그 정신에 배치되는 것이 많다. 도심재개발 사업의 경우 지금 60%로 규정되어 있는 건폐율을 80∼ 90%로 높여주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6월까지인 도심재개발 사업 용적률 완화조치를 3년 연장해주며, 재래시장 재개발 및 재건축의 용적률과 높이제한을 완화해준다는 것도 그렇다.
부실한 도심재개발 사업과 재래시장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생태도시니 역사도시니 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친 환경적 개발, 경관 계획, 저밀도 개발, 과밀화 방지 같은 듣기 좋은 말들을 망라한 도시계획 시행규정의 알맹이가 이렇다면, 어떻게 시정에 대한 신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서울의 과밀을 조장하는 도시계획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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