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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합숙소 참사, 우리교육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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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합숙소 참사, 우리교육의 자화상

입력
200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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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하면서도, 30대 초반인 나는 내 아이를 교육 선진국에 유학 보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어쩔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아이들의 불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많은 부모를 외면하고 내 아이만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고 타국의 나은 교육 환경을 누리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평범한 동시대인과 고통을 나누고 함께 노력해 더 나은 아이들의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게 내가 가진 희망이고 아이들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다.

이런 나의 양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축구 선수로 양성하기 위해 합숙을 시키고 있는 건물에 불이 나 재능 있는 많은 아이들이 숨진 끔찍한 사건이었다. 교육 당국에서는 뒤늦게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합숙을 못하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등 법석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화는 이 사회가 과연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무허가 건물에다 합숙비에 의존한 열악한 재정 등 대충대충 넘겨왔던 부끄러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현실에 누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입으로는 늘 말한다. 교육은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백년지계(百年之計)란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과연 말만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이 그런 환경과 교사들, 그릇된 교육목표에 짓눌려 밤낮없이 내몰렸으리란 생각을 하면 울분이 치솟는다. 교육당국은 왜 존재하는가. 잘난 그들이 내놓은 대책을 보라. "그런 종류의 합숙은 일절 하지 마라"가 전부다.

어린 아이들이 집을 놔두고 합숙까지 해야 하는 성적지상주의가 버젓이 있는데 근원적인 문제는 제쳐둔 채 합숙만 금지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철저한 자기반성은 없이 곪은 문제가 터지면 그저 피하고 보자는 안일함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오늘 내가 분개하고 낙담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 환경이 열악해서가 아니다.

현장교사들을 아이의 인성개발보다는 인사고과에 더 신경 쓰도록 내모는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를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이 훈 (주)메가임팩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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