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서동구 사장 임명 파문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해명은 옹색하고 혼란스럽다. 노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에서 "서동구씨를 간접적으로 KBS 이사회에 추천한 것은 맞지만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사회에 추천한 게 압력이 아니라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노 대통령은 그 이유로 "노조와 시민단체가(서씨를)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고, KBS 이사회에 노조 의사를 존중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이사회가 이 건의를 묵살했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가 서씨 추천은 받아주었지만, 노조 의사를 존중해 달라는 건의를 묵살했기 때문에 자신의 추천은 압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KBS 이사회가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화법으로 이해되지만, 설득력은 없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KBS 인사에 개입한적이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거짓말 한 것처럼 돼 낯이 뜨겁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 개입이란 압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인사 개입에 대한 나름의 정리도 내렸다.
노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원고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KBS 사장 문제를 즉석 해명한 뒤, 청와대 기자실에서 다시 이 문제를 직접 설명했다. KBS 사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마음에 걸린다 하더라도 과잉반응 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들에게 "서씨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으며 관련된 인사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서씨는 이미 사표를 냈다.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서씨 사표를 수리하고 새로운 적임자를 찾도록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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