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는 올 시즌에 또 한번 '박찬호 에이스 만들기'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의 이런 도박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TV ESPN 인터넷판은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에 대해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ESPN의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를 시범경기 막판 3연승으로 보란 듯이 비웃었던 박찬호는 2일(한국시간) 에디슨 인터내셔널필드에서 열린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서 시즌 첫 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최악의 피칭으로 지난시즌의 악몽을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2와 3분의2이닝 동안 17타자를 상대, 6피안타(홈런 1개, 2루타 2개 포함) 사사구 4개로 6실점(6자책점). 탈삼진은 단 1개도 잡아내지 못하고 팀이 0-10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비록 이스마엘 발데스에게 개막전 선발등판의 기회를 넘겼지만 박찬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팀의 에이스. 하지만 이날 박찬호는 에이스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전 선발의 중압감을 덜어주기 위해 애너하임과의 3연전중 2번째 경기에 나서도록 한 벅 쇼월터 감독의 배려가 무색할 정도였다.
시즌 개막 전 국내 전문가들이나 미국언론은 박찬호의 재기여부는 제구력과 스피드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이날 박찬호는 두마리 토끼중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다 놓쳤다. 우선 제구력이 문제였다. 총 투구수 51개중 스트라이크가 27개에 그쳤다. 3차례나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박찬호는 경기 후 "투구밸런스가 흔들리며 제구가 먹혀들 지 않았다"며 "첫 게임이라 그런지 의욕만 앞섰다"고 말했다.
직구 스피드가 급감한 것도 제구력 난조를 불렀다. 투구할 때 중심축이 되는 오른다리가 주저앉으며 오른팔의 높이가 밑으로 처쳐 직구의 구속이 140㎞대에 머물렀던 것. 0-3으로 뒤진 3회말 무사 1루에서 천적 브래드 풀머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 한가운데로 던진 구속이 145㎞에 불과했다. 밋밋한 볼은 결국 투런홈런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박찬호는 3회 2사후 벤지 몰리나에게 좌월 2루타를 얻어맞은 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쇼월터 감독의 강판지시에 고개를 숙인채 덕아웃으로 향한 박찬호의 풀 죽은 모습이 올 시즌 내내 계속 될지 여부는 7일 오전 5시5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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