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인사 파동을 논의하기 위해 2일 저녁 급히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과 KBS 노조, 시민단체 대표간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선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2시간10여분간 격론이 벌어졌다.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발표했을 만큼 분위기는 격앙됐다. 노조측은 간담회가 끝난 뒤 "서로 오해했던 부분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말했지만 서동구 사장 사표 수리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노 대통령은 간담회가 시작되자 마자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적임자를) 추천한 것이 그렇게 문제냐"면서 "최대의 우군이자 동지로 생각했던 노조마저 대통령을 불신하고 흔들어 취임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노조측은 "KBS의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을 놓고 서 사장과 막후 협상을 벌이던 참에 대통령의 한 측근이 'KBS 노조가 서 사장 임명을 받아들이기로 해 놓고 쇼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 무산됐다"며 '핵심부 책임론'으로 맞섰다. 노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었나.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말하면서 화를 풀었다.
이어진 본격 토론에서 노 대통령은 서 사장의 사표수리 여부를 놓고 "노조가 바꾸라고 하니 바꾸겠다"면서도 "KBS 이사회가 새 사장을 제청해 오면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 대표들은 선(先) 사표 수리를 주장했다.
새 사장을 누가 제청할지를 놓고서도 이 수석은 "현 이사회가 제청하면 임명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노 대통령이 현 KBS 이사회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노조 등은 "5월에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새 사장을 제청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 대통령은 또 사장 임명권자로서 사전 추천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고수했지만 노조 등은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는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이 수석은 "전반적인 분위기상 (대통령이 추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해 노 대통령이 노조측의 의견을 사실상 받아들였음을 알게 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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