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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北이 다음차례 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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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北이 다음차례 되긴 어렵다

입력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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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한· 해외 동포학자 통일포럼 회의에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회의 기간 에 북한측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대이라크 전은 명분 없는 잘못된 전쟁이라고 비난하면서, 다음 표적은 북한이 될 것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결사항전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부시 미행정부의 외교기조로 보아 이러한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부시 독트린의 기본 축을 이루는 도덕적 절대주의, 패권적 일방주의, 그리고 공세적 현실주의를 감안 할 때, 그러한 최악의 사태 발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 불량 국가로 규정한 가운데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나 미사일 실험 발사 등 레드 라인을 넘어설 경우, 군사적 응징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이라크는 여러 면에서 크게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명분 면에서 그렇다.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14차례 이상 위반해온 이라크에 대해서도 미국이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의 명분을 찾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주변국을 침공한 적도 없다. 또한 미국과의 핵 대결 국면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 왔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명분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북한과 이라크는 지정학적 구도에서도 크게 대조를 이룬다. 이라크의 경우, 주변국 대부분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미국을 지원하거나 중립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관련국 모두가 미국의 대북한 군사응징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의 안보 기류를 고려 할 때, 미국이 한반도에 제 2의 전선을 구축하기란 용의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국 지원 없이 한반도에서 효과적인 전쟁의 수행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라크와는 달리,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 행동을 통해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영변 핵 시설에 대해 정밀 타격을 가한다 해도 1∼2개로 추정되는 과거 핵과 고농축 우라늄이라는 미래의 핵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방사능 오염과 한반도의 전면전 확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올 뿐이다.

여기에 선군 정치 이념, 대규모 군사력, 전 국토의 요새화, 그리고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비대칭 전력 (장사포, 미사일) 등 북한의 유무형 전투 자산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의 군사적 승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이라크 전의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여론의 악화와 전비 확보상 애로점 역시 대북 군사행동에 새로운 제약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라는 변수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북한의 핵 보유도 허용할 수 없지만, 미국의 군사행동 또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부가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이라크 전을 지지하고 비전투병 파병까지 결정한 것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계산된 포석으로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일방적으로 감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한이 스스로 자제하고 신축성 있는 외교 노력을 할 경우, 현 사태의 평화적 타결이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인내하지 못하고 핵 재처리와 같은 악수를 둘 경우, 제 2의 이라크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 정 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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