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만큼 치명적인 실수들로 가득찬 운동이 있을까.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훅과 슬라이스는 물론 빗맞아서 생기는 '쪼루'의 함정이 입을 벌리고 있다. 드라이버를 잘 치더라도 골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다음 샷'에서 공의 윗부분을 때리는 토핑과 뒷땅(fat shot)으로 좋던 기분을 망치기 일쑤다. 그린 주변에서 터지는 홈런성 타구 만큼이나 그린 위에서의 3퍼팅, 4퍼팅도 두렵다.이처럼 어려운 것은 골프가 다른 어떤 운동보다 복잡한 스윙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골프는 약 210개의 크고 작은 뼈들과 약 600개의 골격과 줄무늬의 근육으로 갖추어져 있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팔과 허리는 물론 발가락과 손가락 하나의 잘못된 움직임도 미스 샷의 원인이 된다. 스윙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체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퍼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실수가 슬라이스다. 특히 초보 골퍼들은 오비 말뚝을 넘나드는 악성 슬라이스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슬라이스를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보지만 백약이 무효일 때가 많다. 그러나 슬라이스는 결코 난치병이 아니다. 잘못된 스윙에 대한 진단과 처방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감기와 같은 단순 질병 중의 하나다.
슬라이스의 정체부터 알 필요가 있다. 슬라이스는 대부분 임팩트 순간 클럽 헤드의 페이스면이 열린 상태에서 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빰을 때리듯이 가격하면서 사이드스핀이 걸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페이스면이 원래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을 때처럼 목표 라인과 직각인 상태에서 임팩트가 이루어진다면 공은 휘지 않고 정면으로 날아간다.
왜 페이스면이 열리는 것일까.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아웃-인 스윙 때문에 발생한다. 축구와 야구에서 등장하는 슬라이스 구질을 보면 좀 더 이해가 빨라진다. 발의 안쪽면을 목표 지점과 직각으로 한 상태에서 차는 인사이드킥을 이용하면 골프처럼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휘는 바나나킥을 구사하려면 몸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궤도를 그리는 아웃프런트 킥을 이용해야 한다. 야구에서도 오른쪽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슈트'라는 슬라이스 구질을 구사하기 위해 투수는 팔을 바깥 쪽에서 안쪽으로 던지는 투구방법을 선택한다.
축구나 야구와 달리 골프에서 는 슬라이스를 반기지 않는다. 요즘 클럽제조업체들은 초보 골퍼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슬라이스 방지용 드라이버와 공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드라이버의 경우 클럽 헤드가 열리는 것에 대비해 페이스면을 아예 0.5∼1도 닫아두거나 사이드스핀이 덜 먹게 하기 위해 그루브(홈)의 수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스윙으로 생기는 왕 슬라이스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다음 주에는 슬라이스가 생기는 원인별로 교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본다.
/백승윤 한양골프스쿨 대표·전 PGA 프로 vaekss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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