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내수 침체가 너무 가파르다. 1·4분기(1∼3월) 주요 업종의 내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자동차 가전 유통 건설 등 주요 업종이 대부분 심각한 수준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1년 중에 상대적으로 매출이 호조를 보이는 1분기 실적이 이처럼 저조하게 나타남에 따라 향후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일부 업종의 경우 환율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간신히 버티고 있으나 이라크전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증가세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전 업계는 올 1·4분기 매출이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 1조4,500억원에 비해 10.3%나 감소했다. 1분기에 집중되는 에어컨 예약판매의 경우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가전업체들은 에어컨과 세탁기, 김치냉장고, TV 등 고급 가전제품에 대해 할인점과 홈쇼핑 채널, 양판점 등을 중심으로 10∼30% 정도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휴대폰 업계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9%나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417만대를 팔았으나, 올해는 313만대를 파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보조금 금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수가 줄었다"며 "다행히 수출은 두 자릿수대의 증가율을 보여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도 1분기 수출 실적은 52만9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3만8,005대)에 비해 54.1% 늘어났으나, 내수는 총 37만5,606대로 전년 동기(38만1,775대) 대비 1.7%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내수에서 각각 4.8%, 8.3%의 감소 폭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내수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이라크전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증가세도 곧 꺾일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도 대부분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 같은 내수 부양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 업계의 내수 부진은 한층 심하다. 주요 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롯데백화점 0.5%, 현대백화점 3.8%, 신세계 1.8% 각각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는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1%의 매출 성장률을 구가했다. 이들 주요 백화점의 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4·4분기 이후 처음이다. 또 10∼2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여온 할인점들도 올해 1분기에는 1∼4%의 매출 증가에 만족해야 했다.
건설 업계의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지난해보다 악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팀 econo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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