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전장을 취재하고 있는 종군기자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취재 중 잇단 사건·사고로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자유분방한 보도로 '괘씸죄'에 걸려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국에 불리한 주장을 했다고 소속 방송사로부터 해고당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쿠웨이트 연합군사령부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군기자는 모두 2,074명이다. 이중 이라크내에서 취재중인 기자는 연합군과 함께 전선에 배속된 종군기자단 등록기자 529명을 포함,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전쟁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기자들의 희생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영국 ITV의 테리 로이드(51)기자가 이라크 남부 바스라로 향하던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개전 13일 째인 1일 현재 3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6주동안 계속된 1991년 걸프전에서 희생된 기자는 4명에 불과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군대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취재를 감행한 기자들. 이들은 전황보도를 위해 교전 지역 1㎞까지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소총 유효사거리 내에서 목숨을 내놓고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종군기자들이 목숨을 잃는 것 만큼이나 곤혹스런 것은 연합군과 이라크 정부로부터 '진실을 전달하는 본분'을 제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필립 스머커 기자는 민감한 군사정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병영에서 쫓겨났다. 미국 폭스뉴스의 간판기자인 제랄도 리베라도 비슷한 사유로 군대에서 추방당했다.
미 NBC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인 전설적인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68)는 이라크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쟁계획 입안자들이 이라크군의 결의를 오판했다"고 비판해 결국 31일 해고됐다. 해고 하루만인 1일 영국의 데일러 미러지에 고용된 그는 "나는 진실을 말했으며,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전쟁의 진실을 보도하는 종군기자들의 용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의 국제전문 편집자인 존 심슨은 "종군기자들은 진실보도의 핵심인 독립적인 보도를 위해 희생됐다"고 평가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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