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상대성 또한 다름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을 알 때부터 조금씩 마음의 평정을 얻게 됐다. 작품과도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화가 류민자(61)씨가 2∼15일 인사아트센터에서 6년 만에 14회 개인전을 연다. 류씨는 한국 현대미술 대가의 한 사람인 서양화가 고 하인두(1930∼1989) 화백과 1970년 '부부전―동서양화전'을 열며 등단했다. 화제의 전시회이자 장르 간 벽이 높았던 당시의 화단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30여 년 그의 작품세계의 일관된 소재는 불상과 탑, 산, 나무 등 종교와 자연의 세계였다. 반가사유상이나 합장하는 여인의 이미지야말로 그의 그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소재였다. 하지만 그는 화선지에서 캔버스로, 담담한 색조의 분채에서 짙고 강렬한 아크릴로 재료를 바꿔왔듯 끊임없이 세상의 모순을 화폭에서 합일시키려는 기법과 내용의 변화를 추구했다. 남편의 죽음 이후 10여년 간의 인고의 시간은 이런 그의 생각을 더욱 성숙하게 했고, 그것이 다시 평정을 가져다줬다. 출품작들 중 인간 군상의 역동적 율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풍년가' '비천' '피안의 나무' 등에서 그의 이런 생각이 읽혀진다. 300∼500호에서 1,000호 대작 '피안'까지 푸른색, 녹색이 주조를 이루는 화면에서는 한국화와 서양화, 불교와 기독교 등의 구분이 사라지고 관조와 여유의 세계가 펼쳐진다. (02)736―102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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