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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부진아 자신감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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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부진아 자신감 키워주세요

입력
200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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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누리(가명)는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다. 질문을 하면 무얼 묻는지 몰라 갸우뚱하다 한참 지나야 말귀를 알아듣는다. 또 발표시간에 이따금 손은 들지만 정작 지명되면 엉뚱한 대답을 한다. 누리는 지난해 기초학력진단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특별지도를 받았다. 지능은 정상이다. 역시 4학년인 진형(가명)이도 기초학력 부진아다. 책은 열심히 보는데 이해를 못한다. 이를테면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읽기는 줄줄 읽되 선생님이 '누가 경주에서 이겼을까요'라고 물으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식이다. 게다가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하다.옆에 앉은 짝이 팔꿈치라도 건드리면 거기에 신경이 곤두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두 학생은 1년간 특별지도를 받고, 지난해 말 시험을 통해 부진아에서 '구제'됐다.

3월초 개학과 동시에 초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된 기초학력진단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각 학교에서 학습부진아 지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학습부진아는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본 학습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으로 지능지수가 낮은 지진아나 각 학년의 교과과정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과도 다르다. 초등학교 3학년 과정을 기준으로 매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문제를 통해 부진아 여부를 판별한다.

학습부진아로 판명되면 방과 후 한 시간씩 1주일에 2∼3일 전담강사의 특별 지도를 받는다. 단지 1,2학년 과정을 복습하는 것이 아니라, 받침 모양 익히기, 숫자, 덧셈·뺄셈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특수교재로 진행한다.

기초학습부진아들은 학력외에 정서적으로도 특성이 있다. 지난해 두 명의 부진아를 지도한 서울 문래초등학교 정은숙 교사는 "정서적으로 산만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툭하면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중을 할 수 없고 수업에 흥미를 갖지 못한다.

정 교사는 방과 후 학습지도는 전담강사에게 맡기되 수업시간에는 이런 행동을 교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조별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멀거니 앉아 있으면 작은 역할이라도 맡겨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한두 번 말해서 알아듣지 못하면 눈동자를 정면으로 맞추게 해서 몇 번이고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1년 후 아이들은 자신감도 많이 향상되었고 집중력도 어느 정도 생겼다.

부진아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인식이다. 어떤 부모든 자녀가 부진아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부진아로 판명이 나도 절대 학교의 특별지도를 받지 않으려 하고, 바깥에서 과외를 시키려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이런 '부진'을 교정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중·고교까지 계속 이어진다. 정 교사는 "특별지도라고 해서 아이들이 놀림을 받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특기적성 교육이니 뭐니 해서 방과 후에도 남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이가 단지 한글을 알고, 책상에 앉아 있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질문을 통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하는 등 독서 후의 활동지도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내아이가 최고'라는 식의 육아법은 산만하고 자기중심적인 '부진아'를 만들 수 있다. 어려운 것도 참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규범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어야 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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