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향기가 노골적인 외래종과 달리 그윽하고 애잔하면서도 억센 생명력을 가진 우리 들꽃에 반했습니다."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절안마을에서 '아름다운 들꽃세상'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 학습관을 운영하는 임인숙(52)씨를 사람들은 '야생화 엄마', '야생화 여인'이라고 부른다.
20년 넘게 야생화와 함께 한 그는 산과 들, 계곡과 호수 등 우리의 넉넉한 자연을 제한된 공간에 새롭게 펼쳐 보이는 '축경(縮景)' 분야의 독보적인 개척자다.
전북도가 그에게 4월 24일∼5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2003 고양 세계 꽃 박람회'에 전북도 홍보관 조성을 맡긴 것도 이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유난히 야생화를 좋아한 임씨는 서울에서 분재원을 운영하다 1994년 귀향했다. 산비탈을 개간해 본격적으로 야생화 재배와 연구에 매달렸고 야생화 분재의 일본 수출 길도 텄다. 수 차례 실패를 맛보는 등 고생도 많았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그의 야생화 학습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연 학습원은 1만6,500㎡의 부지에 500여종의 야생화와 10종류의 축경작품을 진열하고 있다. 주말과 방학이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학생들과 애호가들로 붐빈다.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야생화 한 포기 한 포기를 "사랑하는 아이야"라고 부르며 자식 돌보듯 애정을 쏟은 결실이다.
임씨가 고양 세계 꽃 박람회에 선보일 축경은 가로 14m 세로 4m 높이 4m의 돔형 공간에 펼쳐진다. 그 좁은 공간에 고창읍성의 작은 모형을 비롯해 고인돌과 정읍사 여인 망부상, 내장산 서래봉, 김제 벽골제, 호남평야, 서해바다 등을 배경으로 봄에 피는 50여종의 야생화가 만개한다.
망부석과 서래봉 부분에는 초가 뒤 당산나무에 까치집까지 걸리고, 동구앞길에는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상도 등장한다. 전북 서남권의 4개 시·군(정읍시 김제시 고창군 부안군)의 산야가 한 데 어울리는 셈이다.
임씨는 박람회에 맞춰 꽃을 피우기 위해 벌써 금낭화와 할미꽃, 매발톱꽃 등 일부는 저온저장하고 일부는 고온저장실에 옮겨 돌보는 등 개화시기 조절에 부심하고 있다. "박람회의 주제가 '꽃과 인간의 환희'이잖아요. 우리 산야에 지천으로 피는 야생화를 통해 그 주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이런 전시회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무주 반딧불 축제를 비롯해 김제 벽골제와 내장산 단풍제 등 크고 작은 행사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올해도 대전의 한 대학 캠퍼스를 야생화로 꾸미고 부안군 행안초등학교의 자연 학습원에 진열할 작품을 구상하느라 분주하다.
"들꽃을 찾아 다니다 보면 누군가의 손에 자생지가 엉망이 돼버린 곳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죠." 자생지가 훼손되면 훗날 그 꽃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인지 최근 씨앗을 채취하기 위한 그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졌다.
야생화를 이용한 식음료와 차 개발을 추진중인 임씨는 올해 안에 165㎡ 규모의 현대식 야생화 자연생태학습장을 세울 계획이다.
/정읍=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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