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초원 남쪽에 있는 마카오 지역에서 어렵사리 찾은 치타가족 '치타스'는 이번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녀석들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매번 어두컴컴한 새벽 6시 숙소에서 출발해 초원 한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엄브렐러 아카시아 나무 근처에 도착하면 동쪽에서 찬란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떠오르는 해는 볼 때마다 매번 그 느낌이 다르다.일단 해가 떠오르면 이 나무를 기준으로 두 촬영차가 동서로 나누어 이 녀석들을 찾아 다녔다. 어디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끈기를 갖고 초원을 뒤지다 보면 운 좋게도 녀석들을 발견하고, 그날 일진이 나쁘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녀석들을 발견하면 배부터 관찰했다. 배가 불러 있으면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고, 배가 고프면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벽 일찍 나가야 이 녀석들이 동틀 무렵부터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한낮에는 대개 나무 밑 그늘이나 풀 덤불 속에서 쉬거나 자고 있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어도 발견할 수가 없다.
해마다 1월 중순에서 2월 초까지는 대부분의 누가 새끼를 낳는 때이다. 이 때쯤은 치타들은 주로 새끼 누를 노린다. 새끼 누가 재빠른 가젤보다 상대적으로 사냥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누 새끼를 사냥할 때는 가젤 사냥할 때와 전혀 다르다. 가젤 사냥할 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하는데, 누 새끼를 공격할 때는 일단 목표를 정하면 그대로 달려든다. 그런데 새끼 치타들은 열심히 사냥을 하는데 어미는 멀리서 새끼들이 사냥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이는 곧 언젠가는 독립해서 살아가야 하는 새끼들이 충분히 혼자서 사냥할 수 있게 경험을 익히도록 하는 배려이다.
치타 세 마리가 일제히 각개격파로 달려드니 누 어미들은 혼비백산 도망가기에 바빠 새끼들을 보호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렇게 '치타스'가 사냥을 하느라 누 떼를 뒤흔들어 놓은 후 관찰해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대부분의 새끼 누는 제 어미를 찾아 다시 일렬로 줄을 맞춰 간다. 그 와중에 어미를 잃은 새끼 누는 이리저리 제 어미를 찾느라 야단이다. 그래도 제 새끼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우리 촬영차 근처까지 와 제 어미가 아닌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전쟁 통에 피난 가다가 부모를 잃은 고아를 보는 것 같아 얼마나 안쓰러운지….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초원에서 새끼가 어미를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과 같다. 어미로부터 먹이와 생존의 지혜를 전수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많은 개체 수가 다 성장한다면 초식동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먹이 사슬이 깨지고 말 것이다. 결국 건강한 먹이사슬을 위해서라도 육식동물의 존재는 필요하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유명한 것도 이렇게 모든 야생동물이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BC 시사교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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