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매물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어제만해도 31평형이 5억1,000만원까지 호가되는 등 열기가 대단했는데 오늘은 전화문의도 없어 썰렁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였던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무산으로 동요조짐을 보이던 재건축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구 안전진단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부동산시장 안정화 기조를 다진 계기"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정책에 의한 역차별"이라며 법적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어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다.소신 선택한 심사위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달 31일 5개월 여 만에 다시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정밀안전진단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주민들의 요구가 워낙 거셌던 데다, 구청도 재건축 찬성이 우세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공공연히 "은마아파트 뿐 아니라 다른 곳도 요건을 갖추면 재건축을 허용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추진위원회 측은 "지난달 25일 구청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이유는 "지난해 10월의 1차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 수도관누수나 주차시절 부족 등 주민생활 불편은 보수나 리모델링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회의도중 은마아파트 안건이 상정되자 배석했던 구 공무원 2명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한 뒤 회의를 진행시켰고, 고심 끝에 정밀안전진단 실시 부적합의 합의를 이뤄냈다는 후문이다.
재건축시장 동요 차단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무산으로 당장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개포동 주공 2·3·4단지와 시영, 역삼동 개나리 6차, 일원동 대우아파트 등도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또 예비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거나 현재 정밀안전진단이 실시중인 강동구 고덕 주공·시영, 둔촌 주공 등 다른 지역 재건축사업도 위축될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기대심리가 재건축이 거론되는 아파트의 가격하락을 막고 최근에 오름세로 돌아서게 하는 등 '재건축아파트 가격 지지대' 역할을 했다"며 "이번 결정이 재건축 아파트 가격에 조정을 가져와 부동산값 안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최고 1억원 가량 떨어진 은마아파트 가격은 최근 기대심리로 다시 올라 31평형 4억8,000∼5억원, 34평형 5억8,000∼6억원선의 시세가 형성됐었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됨에 따라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다시 시도하더라도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것 이외의 재건축을 엄격히 규제하는 이 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측도 "앞으로 고층아파트들의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전체 도시계획하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당분간 이들 아파트의 재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재건축되더라도 10년 이상 끌고 있는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사업순위가 크게 밀린다"며 "정부의 '선시공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리모델링 등의 방향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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