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를 당하고도 그게 부당한지조차 몰랐어요…."1991년 정부산하기관인 A사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99년 자진 퇴사 형식으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심모(32·여)씨는 지난 28일 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승소판결을 받아내고도 "해고된 후 4년 세월이 억울하기만 하다"는 표정이다.
근무평정에서 최우수등급을 받는 등 모범사원으로 인정받던 심씨는 어느날 총무부장과 노조 위원장으로부터 "인사위원회의 심의 등 정당한 기준에 따라 해고 대상이 됐다"는 설명을 듣고 좌절감에 빠져야 했다. 그와 함께 직장을 나가달라고 종용받은 18명은 근무태만으로 경위서를 제출한 적이 있거나 최하위 근무평점을 받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음 한켠에서 "열심히 일해 왔는데 너무한다"는 생각이 치밀었지만 구조조정 시책에 따라 노조와 회사측이 합의했다는 말에 순순히 희망퇴직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01년 8월. 심씨는 우연히 전 직장 동료로부터 당시 해고기준이 터무니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상부기관의 감사에서 A사의 감원 대상선정의 부당성이 지적됐다는 것. 심씨는 비로소 근무성적, 직급별 최고액 연봉자 등 감원대상자 선정 기준인 8개 항목에 위배돼 자신이 해고된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의 근무파트였던 회계업무부서의 직원이 인가원보다 1명 더 많아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심하던 심씨는 결국 법원 문을 두드렸고 8년간 젊음을 바쳤던 직장을 떠난 지 4년여만에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을 버렸던 직장을 상대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는 심씨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감원대상자가 아님에도 감원대상자에 해당한다며 퇴직의사가 없는 직원에게 조기퇴직신청서를 작성·제출케 한 것은 의원면직의 형태를 취했다 하더라도 사실상 일방적인 해고에 해당하는 만큼 무효"라고 심씨의 손을 들어줬다. 심씨는 "노동법을 잘 모른다고 꼬드겨 불법적으로 자진퇴사토록 하는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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