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후속편의 주인공은 치타다. 가도 가도 지평선만 가물가물한 그 넓은 초원에서 이 녀석들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고민 끝에 우선 숙소에서 50㎞ 가량 떨어져 있고, 작년에 치타를 많이 발견했던 '골 코피'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옛날에 이곳에 살던 원주민 마사이 부족의 말로 '골'은 종(鐘), '코피'는 바위를 뜻한다. 드넓은 초원 위에 종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그런데 막상 가보니 치타의 먹이인 가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풀이 높이 자라 있었다. 치타는 달리는 속도가 워낙 빨라 달리는 데 방해가 되는 키 높은 풀이 있는 지역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가젤도 풀이 높으면 숨어서 노리는 천적을 잘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주위를 잘 볼 수 있는 초원에서만 산다.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와 사파리 차량 기사들에게 수소문을 했다. 숙소에서 '골 코피' 반대쪽으로 30㎞ 가량 떨어진 '마카오' 지역에서 치타 가족이 종종 눈에 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한달음에 달려갔다.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치타 그림자도 볼 수 없어 망연자실해 있는데 다른 방향으로 '헌팅'을 나간 팀으로부터 치타를 발견했다는 다급한 무전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치타 네 마리가 막 사냥한 누 새끼를 뜯어먹고 있었다.
새끼 세 마리를 거느린 어미 치타 가족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녀석들을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녀석들의 이름을 '치타스'라고 지었다. 이 놈들을 쫓아다니면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치타의 순간 시속은 112㎞. 지구상의 어느 야생동물보다 빠르지만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은 길어야 600m까지다. 더 이상 그렇게 달리다가는 몸이 지칠 뿐만 아니라 체온이 올라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치타의 주된 먹이인 가젤도 엄청나게 빠르다. 게다가 눈과 코, 귀가 아주 발달해 있어 천적의 접근을 재빨리 알아챈다. 또 이 녀석들은 떼지어 살면서 항상 누군가는 풀을 뜯지 않고 경계를 서도록 하기 때문에 치타의 접근이 쉽지 않다.
세렝게티 초원은 이런 치타와 가젤의 대결로 하루 해가 뜨고 진다. 치타가 가젤을 잡을 수 있는 사정거리는 30m 이내. 그러나 가젤은 항상 100∼200m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이 거리를 좁히거나 유지하기 위한 가젤과 치타의 치열한 신경전은 대략 7 대 3으로 가젤이 이긴다. 그렇게 빠른 치타의 사냥 성공률도 3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치타는 빠른 속도로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이동하기 때문에 이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 어쩌다가 운 좋게 만나더라도 내일 다시 만나리란 보장이 없다. 제작팀은 '치타스'를 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내일 또 만나기를 고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MBC 시사교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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