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장하고 위력적이다.' 골프팬들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의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박세리(26·CJ)의 최연소 그랜드 슬램 달성도, 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의 사상 첫 메이저대회 3연패의 대기록도 보지 못했다.그러나 LPGA의 파워풀한 미래를 이끌어 갈 재미동포 2세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의 혜성 같은 등장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셸 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72)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기록, 합계 이븐파 288타로 공동 9위를 차지, 첫 메이저대회 출전에서 거뜬히 '톱10'에 입상했다.
전통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호수의 여인들(The ladies of the lake)'이라는 연못에 몸을 던진 사람은 파트리샤 므니에-르부(31·프랑스)였다. 므니에-르부는 이날 1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소렌스탐의 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LPGA 두번째 우승과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내심 우승까지 넘보던 미셸 위의 반란은 결국 경험 부족에 덜미가 잡혔다. 미셸 위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특유의 장타와 90%(그린 적중률)대의 아이언 샷 감각에도 불구하고 무려 34개에 이르는 퍼팅 난조로 자멸했다. 전날 26개의 퍼팅에 비교하면 그린 위에서만 8타를 까먹은 셈이 된다. 특히 492야드 11번홀(파5)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미셸 위는 두번째 샷을 홀 4.5m 거리에 떨궈 이글 기회를 잡았다. 미셸 위의 표현대로 "이것만 넣으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할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린 미셸 위는 3퍼팅으로 이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어진 12번(파4)과 14번(파3), 16번(파4)홀에서도 버디 기회를 보기로 마무리하는 미숙함을 떨치지 못했다.
이제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14살이다. 골프의 테크닉 못지않게 굴곡과 좌절을 이겨내는 성숙함도 익혀야 할 나이다. 소렌스탐은 "14살 때 드라이버로 125야드 밖에 날리지 못했던 나는 짧은 퍼팅도 놓치기 일쑤였다"며 미셸 위에게 위로 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막판 대역전극을 노렸던 박세리는 5오버파로 뒷걸음질치면서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15위에 머물렀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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