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 더디지만 'U'자형 회복이냐."한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물가도 치솟고 있어 경제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황'과 '고물가'라는 이중의 고통 때문에, 경기침체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전형적인 장기불황인 디플레(저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올 1∼3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상승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정부의 올해 물가 목표치(3%대)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입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세계경제와 내수 여건을 미뤄볼 때 연내 한국경제가 회복하기 힘들 뿐 아니라,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유가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물가상승은 수요 측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가·원자재 가격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 악화, 내수 위축과 직결된다. 물가는 오르지만, 기업의 생산의욕은 오히려 감퇴하는 셈이다.
또 한편에서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도 최근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측면에서, 디플레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이 최소한 1년 이상 지속돼,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국면"이라며 "최근 물가상승은 학비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고, 유가도 이라크 일대의 대규모 유정 파괴가 없었기 때문에 30달러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오히려 장기침체와 저물가가 이어지는 디플레가 더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내수위축과 함께 수출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V'자형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점. 한국은행이 최근 성장률을 당초 5.7%에서 4%대로, 물가 상승률을 3.4%에서 4%대 초반으로 수정키로 한 가운데, 재경부도 내달중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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