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미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30일자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보충할 수 있다. "전쟁이 최대 두 달 이상 계속되면 부시는 군사적으로는 승리를 거두고도 역사에 패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군사 및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라크전 개전 12일째인 31일 현재 미국은 전략·전술적으로 상당한 곤경에 처해 있다.
이런 어려움은 미 언론들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미국민과 언론들은 "개전 초반 대대적 공습 이후 늦어도 2∼3주 안에 바그다드에 입성한다"는 선전전을 믿어 왔다. 누구도 명시적으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딕 체니 부통령이 "전쟁은 몇 달의 문제가 아니라 몇 주의 문제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을 때 대개는 1991년 걸프전의 43일보다는 전쟁 기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 왔다.
특히 이 전쟁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다시피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속전속결을 통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유엔의 승인 없이 전쟁을 벌였다는 비난을 어쨌든 단기간에 무마하고 승리한 대통령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하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재확인하며 2004년 대선 재선 발판을 마련하는 등 '모든 승리'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당위 앞에 부시가 겪어야 할 장애는 많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은 30일 부시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여러 난점 때문에 당장 바그다드 진격을 명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올가미를 더욱 조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영 연합군은 일단 시간을 벌면서 모술, 카르발라 등 북부 거점 도시의 저항세력을 평정하고, 공습으로 공화국수비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상군 재편 및 추가 파병, 보급선 확보 등이 완료되는 순간 바로 바그다드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한편 일부 야전 사령관들이 "제4보병사단 1만2,000여 명의 추가 파병이 완료되는 데만도 최소 10여일이 걸리기 때문에 수 주가 더 필요하다"고 하는 요구는 수뇌부가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장 지휘관들의 요구까지 수용하기에는 부시로서는 너무도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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