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농지제도의 전면적인 개편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부분적인 수준이 아니라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대한 재검토와 농지거래 자유화 방안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농지의 소유 및 이용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을 뜻하기 때문이다.농지제도 전면 개편의 필요성은 국내외 여건상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동안 농촌 개발을 위한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농촌 인구는 줄면서 고령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뤄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농지를 일반 토지와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인적 물적자원은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우선 농지가 막강한 도시 자본의 투기 대상이 되고, 농민은 현대판 소작인 임차농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 개발 명목으로 농지가 파헤쳐지면 국토의 균형 개발은 무너질 수 있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 차질로 먹거리를 외국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2000년 농지 소유를 완전 자유화했으나 별 문제가 없는 대만의 예를 들지만, 이는 너무 안이하다. 대만과는 경제 사회 등 많은 면에서 다르다.
따라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며 충분한 여론 수렴이 절대 필요하다. 농업 부문에 대한 진입장벽 철폐라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만 다뤄질 사안은 아닌 것이다. 규제는 한 번 풀면 다시 조이기가 힘들다. 특히 농지는 더욱 그렇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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