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합니다."민주당내 신주류 핵심인 천정배(千正培·49)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통하는 당내 인사 중 한명이다. 요즘도 대통령을 가끔 독대한다. 그가 지난 달 24일 당의 개혁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을 두고 "신당 창당을 위한 노심(盧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개혁안이 내부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 개혁특위 간사로서 책임을 느껴 그랬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개혁안이 좌초된 데는 우리 내부의 파열음도 한몫 했다"며 신주류 지도부에 불만을 쏟아냈다. 신당 창당설에 대해선 당 개혁 무산을 전제로, "누구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당력에 외부 인사를 모으는 외연확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이 노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5월 '민변' 창립에 참여하면서부터. 이후 1993년 10월 법무법인 '해마루'를 설립, 노 대통령과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더 가까워졌다. 그는 성장과정에선 노 대통령과 달리 정통코스를 밟아 왔지만, 법조생활의 측면에선 노 대통령처럼 스스로 순탄치 않은 길을 택해왔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고 졸업 후 서울대에 차석 합격한 그는 76년 서울대 법대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18회)에 합격했으나 "군사정권이 주는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며 판·검사직을 뿌리치고 변호사를 자원했다. 이후에도 '부(富)'가 보장되는 대형 로펌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작년 3월 노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현역의원 중에선 처음으로 노 후보를 지지한 것도 "개혁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노 후보의 고집스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선 과정에서 '낡은 정치 청산'을 주장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거침없이 비판, 일각으로부터 "이상에만 치우친 탈레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동교동계는 "DJ와 동향으로, 정계 입문과 두번의 총선에서 누구보다 DJ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배은을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천 의원은 그러나 이런 인신공격성 비판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탈(脫)호남 인선 등에 대해 "인사를 통해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주류를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신주류로 바꾸고, 국민에게 수평적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처럼 대통령이 뭘 하면 여당이 본능적으로 편을 드는 패러다임은 이제 끝났다"며 "앞으로는 독립된 정치인으로서 정부를 준엄히 견제, 비판하겠다"고 신주류 내부의 '간언(諫言)'을 자임했다.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이 요청한 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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