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만나는 부모들로부터 "우리 애들이 책을 읽으려 들지 않아요"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부모로선 걱정스럽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어린이가 책을 읽지 않는 풍토는 바로 어른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어린이만 탓한다.여기서 조금만 솔직하게 반성해 보자. 자기 자녀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들은 책을 읽는가? 많은 부모들이 그렇지 않다. 지금은 어느 가정이건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의 빠른 화면이 사람의 눈길을 잡는다. 더구나 이제 컴퓨터는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손발과 같은 존재가 됐다. 컴퓨터 한 대면 인터넷과 게임을 맘대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인데 머리 아프게 신경 쓰면서 활자를 읽으려고 하겠는가? 우리가 어렸을 때는 책을 읽었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그 때는 볼거리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나는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내 자녀에게 책을 읽힐 때에는 부모인 나도 전자 매체에서 벗어나 책을 먼저 잡고 읽는 흉내라도 내야 함을 알았다. 그래야 자녀가 "엄마(아빠)는 텔레비전 보면서 나보고만 책 읽으래…"하고 딴죽을 걸지 않는다.
어렵사리 책을 들게 해도,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쉽다. 이럴 때는 집안 구석구석마다 자녀 취향에 맞는 책을 준비해 두자. 책상에, 침대 머리맡에, 식탁에, 거실 안락 의자에, 화장실 변기 옆 등등. 자녀가 갈 만한 곳에는 손만 뻗으면 책을 집어들 수 있게 책을 놓아두자.
아무리 책을 읽기 싫어하는 어린이라도 갑자기 책을 집어들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또 손끝에 책이 채이면 무심코 펴보는 수가 있다. 이런 때를 노리자는 것이다.
어쩌다가 집어든 책이 의외로 자기 생각과 맞아 떨어질 때는 생각보다 오랜동안 그 책을 읽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책 속에 푹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계기가 되어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는 간단히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종류나 동시집 정도가 좋다. 변기에 앉아 너무 오래 책에 빠지면 배변 습관도 나빠지고 변비에 걸리기도 쉬우니까. 자녀 독서 습관은 부모가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달렸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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