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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새 이런 불경기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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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새 이런 불경기는 처음"

입력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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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극심한 불황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도·소매시장이나 백화점·할인점 같은 실물 바닥경기는 정부가 내놓는 경기 지표보다 휠씬 심각한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28일 0시30분 의류 도매상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 전 같으면 지방 상인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통행이 마비됐을 대로변이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는 평균 20대 안팎의 관광버스가 몰려들었으나 이날은 관광버스 1대에 지방 번호판을 단 자가용 승용차 10여대가 듬성듬성 주차해 있을뿐 이었다. 한때 택시 운전기사들이 체증을 이유로 '심야시간대 기피 1번지'로 꼽았던 명성(?)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주변 상가에서 그나마 장사가 된다는 '디자이너 클럽' 매장. 주말을 앞둔 피크 시간대인데도 손님보다는 팔려고 쌓아 놓은 물건들로 혼잡했다. 간간이 손님이 오갔지만 실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2층에서 숙녀 캐주얼 매장을 하는 김모(41·여)씨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300만원 매상은 올렸는데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서 100만원도 못 넘기는 날이 허다하다"며 "장사는 점점 안되는데 월세는 오히려 올라가 전업을 심각히 고려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평화·신평화·청평화·남평화·제일평화시장 등 구(舊) 의류도매시장 쪽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 곳은 한창 판매가 활발할 시간대인 자정이 넘었는데도 좁은 통로가 훤하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구석진 곳에 있는 점포는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취재진이 사진 촬영하려 하자 주변 점포주인들이 몰려 나와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돼 그만두려고 하는데 손님이 없는 게 알려지면 전세 보증금도 못 빼 나간다"며 황급히 제지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20년간 장사를 해 봤지만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IMF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신평화시장에서 여성 블라우스류를 파는 김송이(48·여)씨는 "봄 신상품 시즌에는 하루 100만원 가까이 매상을 올렸는데 요즘은 30만∼40만원도 못판다"며 "일본, 중국 등 외국 손님들의 발길은 완전히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두타,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같은 소매 패션 전문 쇼핑몰들도 지난해보다 평균 30∼40% 가량 매출이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장사가 안되자 철수 상가가 늘어 공실률도 역대 최대인 30%에 달하는 등 업계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쟁이 조기 마무리되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돼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해빙 되기 전까지 이런 불경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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