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1년간 최고 700억달러의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됐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국내 외화유동성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에 충격 요인이 발생해 외채상환 요구가 잇따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이탈할 경우 향후 1년간 500억∼700억달러의 자금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KDI는 또 "비록 단기 대외채권 총액이 단기외채 규모를 웃돌고 있지만, 이것이 외화유동성의 안정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총 외채는 1월말 현재 1,323억달러로 전년 동기(1,186억 달러)보다 137억달러 늘었지만, 대외채권이 더 많아 553억달러 순채권 상태다.
그러나 총외채 중 단기외채(507억 달러)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54.4%에서 97년말 39.9%, 98년말 20.6%까지 낮아졌으나, 다시 2000년말 36.4%, 2002년말 38.0%로 급증했다.
KDI는 "단기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2월말 현재 1,240억 달러) 대비 유동외채(단기외채+만기 1년 이내 장기외채) 비율이 52.6%로 국제적인 안정수준(60% 미만)을 유지하고 있어 연간 700억 달러가 빠져나가도 감당할 수 있다"면서도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대외채권은 상환자금으로 동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단기 대외채권이 단기외채를 상회한다'는 것만으로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현욱 연구위원은 "특히 단기외채의 급증은 경제에 부정적 충격이 발생할 때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순채권 상태나 외환보유액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단기외채의 증가 추이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외환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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